우주의 기운이 온다 | 예측의 경제학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을 즐겨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인센티브의 왜곡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경제 예측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집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과거 자신의 성공한 예측만을 반복해서 자랑하고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예측이 실패했다고 해서 책임을 지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일도 없고, 실패한 예측은 대중들에게도 금방 잊힙니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들은 필요 이상으로 예측을 남발합니다.

2016-02-12     김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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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의 과잉, 과장된 예측‬

소수의 사람들은 갑작스런 호황 또는 위기 같은 극단적인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맞힌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된 전체 기간을 살펴보면, 극단적 상황을 한두 번 맞힌 이들의 예측력이 전반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유를 통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동전을 10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횟수를 예측하는 게임을 반복해서 펼칩니다. 가장 많은 수의 전문가들은 5번이라고 예측합니다. 5번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24.6%입니다. 반면 어떤 이가 항상 8번이라고 예측합니다. 8번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4.39%입니다. 첫번째 게임에서 앞면이 8번 나왔다고 합시다. 극단적인 예측을 한 사람만 맞혔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반복할수록 그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을 즐겨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인센티브의 왜곡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경제 예측이 지나치게 많이 이루어집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과거 자신의 성공한 예측만을 반복해서 자랑하고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예측은 전문가의 이름을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게 하고,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됩니다. 예측이 실패했다고 해서 책임을 지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일도 없고, 실패한 예측은 대중들에게도 금방 잊힙니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들은 필요 이상으로 예측을 남발합니다. 둘째, 미디어는 극단적 예측을 과장된 표현으로 발표합니다. 동전을 한 번 던지는 게임을 예측할 때,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다고 대답하면 미디어에 등장하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앞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 미디어에 등장하기 쉽습니다. "사상 최고", "절체절명", "생존을 위협하는" 같은 수식어구가 종종 수반됩니다. 그래야 대중이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테트락 교수는 최근 "슈퍼예측" (Superforecasting) 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은 수만명이 참여한 예측 경쟁 대회의 결과를 소개하고, 특히 예측력이 뛰어난 슈퍼 예측 전문가들의 특징을 분석합니다. 첫째, 이들은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면, 자신의 믿음을 포기할 줄 아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다수의 사람들이 내부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보는 반면, 슈퍼 예측 전문가들은 외부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최초 접근하여 사건의 확률을 계산합니다. 이후에 내부 정보를 반영하여 확률 계산을 조정합니다.

많은 의사결정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합니다. 예측은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도자의 예측 능력은 국민 전체의 행복을 좌우할 수 있어서 더욱 중요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예측 방식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요약됩니다. 자기 중심성은 대통령의 예측 능력을 떨어뜨렸고, 우리 국민은 4대강과 자원외교로 수십조원 대의 부채를 안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예측 방식은 우주의 기운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의 기운이시여, 부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역사교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