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가슴을 치는 것 같은 13세 정여민 군의 글(영상)

2016-02-09     박세회

영재발굴단은 지난 1월 영양군 수비면에 살고 있는 산골 소년 정여민군(13·수비초등학교)이 쓴 글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가 8천4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제23회 우체국예금보험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며 이 소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영남일보에 의하면 정군은 1년 전 아시아 최초로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청정한 곳인 동시에 보일러가 없어 아직도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난방을 하는 영양군 수비면 수하3리 오무마을로 이사를 왔다.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요'

그 구름은 높은 산을 넘기 힘들어 파란 가을하늘 끝에서 숨을 쉬며 바람이 전하는 가을을 듣는다.

우리 가족들은 정말 별일 아닐 거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서울구경이나 해보자며 서울길에 올랐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암 3기’라는 판정이 나왔다. 꿈을 꾸고 있다면 지금 깨어나야 되는 순간이라 생각이 들 때 아빠가 힘겹게 입을 여셨다.

무언가를 골똘히 보던 그때의 선생님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미소를 우리에게 보이셨다.

집에 오는 내내 엄마는 말을 걸지도, 하지도 않으며 침묵을 지켰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토할 것 같은 울음을 저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내었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 안타까워 나도 소리내어 울었다.

엄마가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엄마는 그러면 여태껏 우리가 짐이었어? 가족은 힘들어도 헤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그게 가족이잖아! 내가 앞으로 더 잘할게! 내 눈물을 보던 엄마가 꼭 안아주었다. 지금도 그때 왜 엄마가 우리를 떠나려 했는지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이사할 무렵인 늦가을의 산골은 초겨울처럼 춥고 싸늘하게 여겨졌지만 그래도 산골의 인심은 그 추위도 이긴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산골은 6가구가 살고, 택배도 배송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일부러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 얼굴도 못 보겠구나 생각할 무렵 빨간색 오토바이를 탄 우체국 아저씨가 편지도 갖다주시고 멀리서 할머니가 보낸 무거운 택배도 오토바이에 실어 갖다주시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너무 감사해 하셨는데 엄마가 암환자라는 얘기를 들으셨는지‘꾸지뽕’이라는 열매를 차로 마시라고 챙겨주셨다.

너무 뜨거워서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고 너무 차가워서 다른 사람이 상처 받지도 않는 온도는 ‘따뜻함’이라는 온도란 생각이 든다.

이 산골에서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가을은 너무 아름다운 계절 같아!" 하시며 웃으셨던 그때처럼 말이다.

매일경제는 어머니가 4년 전 흉선암 진단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장기 절제 수술을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