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가 된 한국의 고용문화

한국의 기업문화와 직급체계, 소통 시스템이 유럽, 미국기업들 처럼 수평적인가? 답은 아니다. 오히려 권위주의적 엄격함으로 따지자면 원본인 일본보다 더 한 구석이 많다. 기업 고위직들에 대한 의전 문화 같은 건 아주 골치 아프게 후진적이다. 그러면서 고용은 미국식 쉬운 고용과 해고를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또 초임 얘기만 나오면 종신고용 시스템의 일본의 초임과 비교한다. 하나만 하자 하나만.

2016-02-05     김영준
ⓒgettyimagesbank

"대기업 대졸 초임, 일본보다 39% 많다"

그러면서 이쪽 사람들이 늘상 외쳐대는 단골메뉴인 일본과의 비교도 나오는데 이젠 반박하기도 지친다. 일단 제작년부터 일본이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가치가 역대급으로 하락했던 것을 고려치 않아도 할 말은 많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일본의 고용시스템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의 고용은 고용안정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그 때문에 초봉은 비록 낮지만 근속년수가 늘어날 수록 임금상승률은 굉장히 높다. 그 기점이 우리나라로 치면 대리급부터로 이 시점부터 연봉수준이 우리나라를 추월한다. 즉, 안정적인 고용을 담보로 해서 초기에 낮은 비용으로 희생하는 걸 감수하면 나중에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 일본식 임금과 고용 시스템이다.

"대졸 초임 한국이 월 81만원 많은데 부장은 147만원 적어"

임금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자는 주장도 허울 좋은 명분인 게 이런 것을 바로 잡셰어링(Job Sharing)이라고 한다.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때 시행했던 바로 그것이다. 그때 임금을 깎아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가? 되레 당시엔 그 때문에 임금차별이 문제가 되었다. 같은 직급에 하는 업무도 거의 비슷한데다 정규직/비정규직처럼 채용 채널이 다른 것도 아닌, 단지 입사시기가 조금 다를 뿐임에도 임금차는 20%나 차이가 나는데 이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못 받아들이면 퇴사밖에 없으니 대부분 억지로 수용하긴 했지만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정규직간의 큰 임금차는 구직자로 하여금 대기업 정규직에 몰리게 함으로서 고용난을 불러오고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사실이다. 그러나 경총의 주장대로 초임을 삭감한다고 해서 저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한국의 고용과 임금시스템은 다들 알다시피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초창기에 기업을 세우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선진국인 일본 기업들의 시스템을 카피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임금체계에 있어서도 일본의 호봉제와 안정고용 시스템을 그대로 카피해 와서 사용했다. 이게 제법 잘 굴러갔었다. 그러다가 이게 98년 이후부터 미국식 시스템을 접목해버린 탓에 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가 사자, 염소, 뱀이 한 몸을 이루는 그리스/로마신화의 괴물 키메라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서로 이질적인 고용 시스템을 98년을 기점으로 접붙인데다 강한 협상력을 가진 기업과 임원들에 의해 양 시스템에서 자기 좋은 대로 붙이다 보니 낮은 협상력을 가진 측의 시각에선 양쪽의 단점만 결합한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제발 하나만 하자 하나만.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