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분수'에 맞지 않는 노사정대타협

도대체 정규직의 해고와 비정규직의 확대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도덕적이며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된다고까지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탁월한 뻔뻔함?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청와대와 재계의 일부가 심층 무의식에서 공유하고 있는 '시장지상주의'가, 한국노총이 보다 못해 파기선언을 할 정도로 급박하게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그들은 일반적인 노동자와 '상식'이 다르다.

2016-01-28     이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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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 무엇을 위함인가

자신의 구체적인 일자리 경험을 통해 노동시장 관행을 익힌 일반적인 한국 노동자들은 이러한 법제도적 규칙이 확립될 경우 전반적으로 고용불안 심화와 노동조건 후퇴가 야기될 것이라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근시안적인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이고, 나아가 청년과 장년 등의 "일자리 비상상황에 대한 타개책"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부가 보기에 기간제법 개정안은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이고 파견법 개정안은 "중장년 일자리법"이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은 "공정인사 확립"과 "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선의의 목적을 가진 정책을 노동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아마도 노조임원과 정규직으로서의 "기득권" 때문일 것이다. 기득권은 아래로부터의 저항, 예컨대 '1000만 서명운동'과 같은 방식으로 극복되어야 한다.

넘쳐나는 수사,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 기초한 정책들은 실증적인 합리성을 갖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제기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방침에 완전하게 어긋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대로 "국제노동기구 관계자들도 우리의 대타협을 중요한 모범 사례라며 찬사"를 보냈다면, 그것은 '타협의 정신'에 대한 것이지 상기 정책내용에 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노사정타협 과정은 필연적으로 당사자 간 다층적인 갈등을 동반한다. 그러한 갈등을 제도적으로 순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정부의 역량일 것이다. 지금 박근혜정부는 2001년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을 때보다 당사자들의 동의는 훨씬 적게 확보한 채 훨씬 더 급진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타협에 필수적으로 따르게 될 갈등을 제도화할 실력이 박근혜정부에 준비되어 있을까? 지금까지 태도로 봐서는 회의적이다. 요컨대 무능력한 박근혜정부에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은 '분수'에 맞지 않는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