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열리는 최고의 디자인 행사 'BODW'에서 만난 사람들

영국 출신의 스타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는 "아름다움은 자연으로부터 오며, 우주는 언제나 똑같은 것을 디자인하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했다. 또한 "디자이너의 역할은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을 놀라게 하고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것을 알게 해주고 생각을 도우며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자원을 어떻게 찾느냐는 방청객의 질문에는 장난스런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섞어보세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이죠. 혼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2016-01-25     전종현

[아시아 최고의 디자인 행사, BODW]

연말이면 아시아의 지리적 요충지인 홍콩은 순식간에 아시아의 디자인 특별 도시로 변신한다.

행사 오프닝에는 홍콩 정부의 수반인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총리)이 참석한다. BODW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중앙에 렁춘잉 현 행정장관이 보인다.

홍콩디자인센터 이사회 의장, 빅터 로(Victor Lo). 그는 아시아 최대 배터리 회사를 소유한 Gold Peak Holdings의 회장이기도 하다. 이번 2015 BODW를 끝으로 의장직에서 물러나며 오랜 기간의 봉사를 끝냈다.

이런 의미에서 첫 파트너 도시를 바르셀로나로 선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많은 사람이 주지하다시피 현재 세계 곳곳은 문화적, 민족적 기반이 다른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그런 움직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곳 중 하나다. 스페인 GDP의 20%를 차지하는 부유한 지방 정부인 카탈루냐는 스페인과 다른 카탈루냐 문화와 민족정신에 자부심이 큰 곳이다. 특히 바르셀로나 하면 천재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가 맹활약했던 도시 아니던가. 한 국가 두 체제를 지향하는 홍콩 입장에서는 궁금한 것도 영감 받고 싶은 것도 많았으리라. 하지만 파트너가 도시로 바뀐 건 확실히 일장일단이 있었다. 해당 '도시' 출신이나 그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주요 연사로 삼기에는 '국가'와 소통했을 때와 비교해 아무래도 차이가 크다는 느낌이 강했다.

끝없이 운집한 청중들. 청중의 상당수가 BODW를 보기 위해 홍콩에 찾아온 외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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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W의 꽃, 포럼]

BODW의 꽃은 3일간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포럼이다. 이번에는 파트너 도시인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연사들이 몰려왔다. 그 중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몇몇 연사를 뽑아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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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러브그로브 ROSS LOVEGROVE

산업 디자이너

관찰의 중요성도 놓치지 않았다.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과거의 물건은 하이퍼 모던하다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인식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죠. 인식은 곧 우리 인류의 생존입니다." 자연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터라 "아름다움은 자연으로부터 오며, 우주는 언제나 똑같은 것을 디자인하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했다. 또한 "디자이너의 역할은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을 놀라게 하고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것을 알게 해주고 생각을 도우며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자원을 어떻게 찾느냐는 방청객의 질문에는 장난스런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섞어보세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이죠. 혼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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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마리스칼 JAVIER MARISCAL

마리스칼 스튜디오(ESTUDIO MARISCAL) 아트 디렉터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한 마디로 아름다웠다. 남부 유럽의 역동성과 즐거움, 낭만, 유쾌함을 가득 담아냈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 표현이 되지 모르겠다. 바르셀로나를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바르셀로나 자랑을 잔뜩 하다가, 갑자기 자동차를 타고 곳곳을 여행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도시 탐험을 시작했다가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가우디의 숨결이 녹아난 흔적을 활용해 알파벳 폰트를 만들고, 이런 여정이 홍콩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서사시로 확장시키며 한 편의 살아있는 영화를 틀었던 마리스칼. 그의 어록 중에서 놓칠 수 없는 건 바로 홍콩에 대한 언어유희였다. "홍, 콩, 이곳은 무척 아름답고, 도시는 두 개나 되지만(웃음) 바르셀로나가 언제나 최고죠" 어렸을 때부터 난독증에 시달리며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해온 그의 배경을 안다면 그림과 애니메이션만으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능력에 대한 경외감이 더 강하게 다가왔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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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아 라우 CHELSIA LAU

포드자동차 전략 컨셉 그룹 총괄 디자이너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첫 인상과 매우 밀접하다고 말하는 그는 "고객은 아주 짧은 순간에 양감과 형태, 재료를 통해 브랜드의 성의와 품질을 파악한다"며 포드자동차가 디자인을 할 때 중시하는 요소를 몇 가지 꼽았다. "혁신은 디자인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서 중요해요. 특히 선행 상품을 위해선 필수죠. 그리고 직관적일 필요가 있어요. 융통성과 무권위도 필요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용자와의 교감이에요. 디자인이란 결국 첨단 기술의 산물을 사용자가 어떻게 부담 없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드는 데 승패가 달려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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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디 파울리 JORDI FAULI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 디렉터

구엘 공원 등으로 잘 알려진 안토니 가우디는 43년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만들었고, 말년의 2년간은 성당에만 몰두했지만 결국 끝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가우디는 이를 예측했는지(135년째 짓고 있으니 당연한 결론이겠으나) 새로운 세대가 프로젝트를 이어 성당을 완공하길 바랐고 후임자가 계속할 수 있도록 오리지널 드로잉, 메모, 콘텐츠를 남기는 꼼꼼함을 보였다. 호르디 파울리는 바로 이 역사적인 성당 건축을 책임지는 건축 총 책임자로서 무려 25년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인생을 바쳤다. "가우디는 생전에 그의 비전을 묘사했고, 호르디는 가우디의 디자인을 해석하고 당대의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현실에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모더레이터의 소개가 딱 어울린다. 물론 호르디 자신은 "모든 진행은 가우디의 설계에 기반을 두고 우리의 목표는 오직 가우디의 비전을 잇는 것일 뿐"이라고 소박하게 응답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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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건축하는 것은 가우디의 스케치, 모델링을 통해 가우디의 건축관을 공부하고 건축을 완성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일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예술적 창조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행복과 조화를 안겨주는 위대한 건축물입니다." 성당 건축을 위해 젊음을 모두 소진한 한 남자의 목소리에는 한 줌의 후회 없이 자신의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기필코 완성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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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콩디자인센터 최고담당자에게 BODW에 관한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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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문드 리 EDMUND LEE

홍콩디자인센터 CEO

A1. BODW는 디자인, 브랜드, 혁신에 대한 디자인 비즈니스를 다루는 홍콩디자인센터의 플래그십(FLAGSHIP) 이벤트로서 2002년 이래 매년 개최해온 국제적인 행사입니다. BODW는 디자인을 프로모션하고 디자인과 비즈니스 커뮤니티 간의 연결을 공고히 하는 목적을 두고 있죠. 해마다 디자인과 비즈니스 면에서 가장 뛰어난 태도를 가진 나라와 도시를 파트너로 선정해 서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상호 교류를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A2. 이는 파트너 도시의 생동감을 반영하는데요. 바르셀로나는 종종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진취적인 사고의 대명사로 언급되는 아름답고 그래픽적인 도시입니다. 저희는 도시의 시민과 방문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바르셀로나만의 풍부한 전통, 예술과 문화를 둘러싼 배경을 포착해낸 것이죠. 좋은 디자인이 어떻게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풍성한 사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파트너가 나라인지 도시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풍부한 콘텐츠를 표방하는 저희 프로그램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는 기준에 부합한다면 언제나 열린 마음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A3. 저희는 언제나 경쟁을 환영합니다. 사실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에 살아있는 현실을 목격할 수 있거든요. BODW는 창립 이래로 지속해왔던 지식의 공유와 교환을 위한 '콘텐츠 중심' 의 프로그램을 지속할 것입니다.

A4. 시카고는 BODW 사상 최초의 미국 파트너입니다. 그래서 이번 협력의 기회에 고무되어있죠. 시카고는 건축, 디자인, 예술, 테크놀로지 면에서 활력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도시입니다. 지금 깊이 있는 리서치를 진행 중입니다.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A5.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BODW는 세계 디자인계의 달력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이벤트로서 그 자체로 이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2016 BODW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올해 12월 홍콩에서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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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CA Korea 2016년 01월호 'SPOTLIGHT'에 기고한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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