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한국인, 불순한 비난

게다가 우리 꽤나 외국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지키고자 하는 민족 아니던가, 이민이은 아니든. 김치 먹고. 제사 지내고. 우리에게, 너는 살러 온 주제에 왜 British(사실 이 대목에선 민족적 개념이니까 British도 아니고 English에 해당하는데 이건 뭐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하지 않는 거냐고 강요force한다면. 너는 더 이상 Korean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연히 싫은 거 아님. 그럼 왜 한국으로 온 외국인에게는 Korean이 되라고 강요해야 하고 어디서 온 것인지를 배려하면 안된다는 말인가.

2016-01-20     김세정
ⓒ한겨레

이자스민 의원이 '순수 한국인은 역사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글이 보여서 원문을 찾아봤다. 이자스민 의원이 직접 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가능한 한 직역을 했다.

- 그들을 Korean이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We cannot force them to be Koreans, we have to understand where they're coming from, and what they're thinking.)

= 그녀는 문화적으로 순수한 한국은 궁극적으로는 과거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She says a culturally-pure Korea will eventually become a thing of the past.)

<원문 링크>

그건 영국의 이야기지, 우린 달라! 라고 생각한다면, 입장을 바꿔서 한번 생각을 해 보라고. 겪었다고 생각을 해 보라는 거다. 가령, 영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런데 아이가 백인들 기준으로는 하지 않는 일을 한다. 우린 충분히 서구화 되어 있는데 그럴 일이 뭐 있냐고? 아주 많다. 예를 들면, 양인들은 이로 음식을 끊어 먹지 않는다. 음식을 나이프로 잘라서 입에 넣는다. 이로 끊어 먹는 거, 매너 없는 거다; 엄마랑 아빠가 결혼했으면 성이 같다. 다르면 결혼을 안 한 거고(흉은 아니다); 재채기는 크게 안한다. 입을 가리고 하고 Excuse me, 라고 한다. 아이가 이런 영국식 매너를 몰랐을 때; 느네 엄마 아빠는 결혼 안 한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한국 기준으론 맘 상할 거다); 또는 사소한 역사적 사실을 몰랐을 때, 너는 그것도 모르냐고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온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 아니면 당신 스스로 어 넌 그런 것도 모르냐 소리를 듣는다면; 아니면 영국 국교회 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면; 사소한 영어를 못알아 들었다면.

게다가 우리 꽤나 외국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지키고자 하는 민족 아니던가, 이민이은 아니든. 김치 먹고. 제사 지내고. 우리에게, 너는 살러 온 주제에 왜 British(사실 이 대목에선 민족적 개념이니까 British도 아니고 English에 해당하는데 이건 뭐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하지 않는 거냐고 강요force한다면. 너는 더 이상 Korean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연히 싫은 거 아님. 그럼 왜 한국으로 온 외국인에게는 Korean이 되라고 강요해야 하고 어디서 온 것인지를 배려하면 안된다는 말인가.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이렇게까지 악의적인 뉘앙스로 번역을 해 놓으면, 이건 뭐 나랏말싸미 미국에 달라 어린 백성이 읽고자 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 대개의 경우 어쩌자는 이야긴지.

헬조선이라며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들 한다. 떠나가서 살면 다 외국인이고 이주민이고 외국인 노동자다. 당해보면 그제서야 이런 태도가 정말이지 부당하다는 걸 알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