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가 불안하다면

방금 만나고 헤어져도 잠자기 전 안부 인사가 오지 않는 게 신경 쓰이는 관계가 있고, 드문드문 보아도 상대의 일상이 충분히 짐작되고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만으로 충만한 관계가 있다. 이렇게 물으면 누구나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KTX와 영상통화와 메신저로 무장한 오늘의 우리는 왜 이리 연애가 불안한가. 그건 내가 관계의 중심에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연애는 중앙집권형이 아니라 지방자치형이다. 그러니 멀리 떨어진 연인들이여 불안해하지 마라.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연애의 수도(首都)니까.

2015-04-05     김보경
ⓒIzabela Habur

[사랑의 참고도서] 순애보

보름 만에 초판이 매진되었다는 일제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순애보>의 줄거리다.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도대체 왜 이 소설이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평이 분분했다 한다. 너무 뻔한 전개와 허술한 구성이 지금 읽는다고 달라 보일까. 게다가 '누군지 아라 맛치세요'라고 표기된 1940년대 초판본으로 읽다보면, 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 한글 공부를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서울에서 한두 시간 떨어진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였다. 연애 상담을 해보라 하니 꽤 많은 학생들이 "장거리 연애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요" "결국 장거리 연애는 헤어지게 되는 거 아닐까요"라고 물어왔다. 잠시 고민하다 자주 보든 가끔 보든, 단거리 커플이든 장거리 커플이든, 밥 먹고 영화 보고 더하여 MT 가는 일의 반복이 데이트일 텐데 미리 겁내지도 말고, 더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라는 불친절한 답변을 남겼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