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이야기] 은둔형 스타 새우들

몸통에 검은 줄무늬가 있고 노란 무늬도 간간히 있어 벌처럼 생긴 범블비 쉬림(Bumblebee Shrimp, 호박벌 새우)은 가장 보기 힘든 새우 중 하나다. 움직임도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예쁘지만 만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인지, 기를 쓰고 만나 보려고 애쓰는 수중사진가들이 많다. 은둔형 스타를 만나보고 싶은 심리와 같은 것이리라. 우연히 만나기는 정말 어렵고, 내 경우도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서식하는 장소를 아는 필리핀 현지 가이드가 안내해줘서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2016-01-15     장재연

바다생물 이야기 13. 은둔형 스타 새우들

지난번 글에서 새우들은 주로 다른 생물들과 공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들 특별한 모습의 새우들은 독자적으로 살고 만나기도 힘든 종류들이 많다. 인간세상에서도 독특한 사람들은 남들과 어울려 살기보다는 은둔 또는 독립적으로 살려는 성향이 높은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할리퀸 쉬림은 다른 새우들의 집게발에 해당하는 다리가 넓고 얇은 판 모양을 하고 있다. 너무 커지다 보니 먹이 사냥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단순한 장식품이 된 다리지만 화려함을 극대화시킨다. 머리에도 화려한 꽃잎 모양의 촉각을 장식처럼 달고 있는데, 먹잇감의 냄새를 맡는 기능을 한다. 크기는 5 cm까지 자라며 암수 짝을 지어 금슬 좋게 산다. 무척 보기 힘든 종류이지만 여러 마리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는데, 문득 자식과 손자까지 같이 사는 대가족인지, 몇 가족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했던 기억이 있다.

할리퀸 쉬림(Harlequin Shrimp) ⓒ장재연

범블비 쉬림(Bumblebee Shrimp) ⓒ장재연

움직임도 힘차다. 다른 새우들이 좀 흐느적거리거나 힘이 없이 움직이는 것과 달리 스파이니 타이거 쉬림은 헤엄치지도 않고 톡톡 튀어 다닌다. 메뚜기 같다는 느낌도 주지만, 작은 몸체를 감안하면 우리 인간으로 치면 십여 미터를 점프하며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우 세계로 보아서는 슈퍼맨, 아니 슈퍼쉬림일 수 있다. 사는 곳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신비감을 주는 새우인데, 딱딱한 경산호가 부서져 바닥에 쌓여 있는 곳에서 몇 차례 만나서 실컷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다.

스파이니 타이거 쉬림(Spiny Tiger Shrimp) ⓒ장재연

쏘우블레이드 쉬림은 주변과 비슷한 색을 띄고 있지만 길고 날씬한 몸과 산호나 조류 등에 살짝 앉아 있는 자태,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수중사진의 좋은 모델이다. 그렇지만 생물학과 생태에 관한 지식은 극히 적은 신비로운 새우다.

Banded Tozeuma Shrimp ⓒ장재연

푸른 색 무늬의 Banded Tozeuma Shrimp ⓒ장재연

Ocellated Tozeuma Shrimp ⓒ장재연

마블드 쉬림(Marbled Shrimp) ⓒ장재연

초록색을 띠고 있는 마블드 쉬림(Marbled Shrimp), 머리 위쪽에서 본 모습 ⓒ장재연

롱 노즈 락 쉬림(Long Nose Rock Shrimp) ⓒ장재연

복서 쉬림은 수족관에 암컷 하나에 수컷 둘이 있으면 수컷끼리 죽을 때까지 싸운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에서는 어린 시기에 짝을 맺고, 평생 함께 하며 금슬이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어떤 생물이나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한 듯싶다.

복서 쉬림(Boxer Shrimp)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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