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 마침내 또 하나의 벽을 기어올라서다(동영상)

2016-01-09     곽상아 기자
ⓒOSEN

과 부산 경찰과의 추격전, 모든 게 처음인 광희는 그저 사력을 다해 뛸 뿐이었다. 실외기 사이에서 비를 맞으며 한 시간가량 몸을 구겨넣은 것을 시작으로, 촬영감독을 버려두고 생면부지의 레미콘 기사에게 히치하이킹을 시도해 형사의 눈을 피해 달아나더니, 급기야 지나가던 시민과 옷을 바꿔 입어 자기로 위장시키는 대목쯤 됐을 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죄짓고 도주 중인 사람처럼 보이는 처절함. 어찌나 불쌍해 보였는지,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경찰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광희를 숨겨준 부산 시민은 무심하게 툭 한마디를 던졌다. “내가 보니 제일 안됐더라. 테레비 보니까는. 제일 약해 보이더라고.”

입성 이후의 행보가 아니라, 광희의 전체 커리어를 요약하는 문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안돼 보일 정도의 절박함. 데뷔 후 소속사가 처음으로 잡아준 리얼리티 예능은 다짜고짜 나미비아에 떨궈 놓고는 살아남을 것을 주문하는 에스비에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2011)이었고, 같은 해 참석한 환경의 날 행사에는 한시간 40분 동안 티셔츠 252장을 껴입으며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워야 했다. 광희의 절친인 이준은 광희의 <무한도전> 입성 이후 “목숨을 걸고 하고 있는 게 보인다”고 평했고, 광희와 함께 강원도 고성으로 방어잡이 촬영에 나간 문화방송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 최재혁 프로듀서는 “옆에서 봤을 때 안타까울 정도로, 목숨을 걸고”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사람을 웃기러 나온 일터에서 “목숨을 건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는 사람의 자세란 대체 무엇일까?

밥도 편히 못먹는 미어캣 재석&광희, 형사들이 나타날까 노심초사한데!

Posted by MBC 무한도전 on 2016년 1월 2일 토요일

이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잘해봐야 욕을 안 먹는 수준에서 끝날 것이 자명해 보이는 <무한도전> 여섯번째 멤버 자리에 뽑힌 것이다. 일단 목표 지점이 생기자 광희는 다시 억척스러워졌다. 자신이 출연하던 동시간대 프로그램 에스비에스 <스타킹>에 양해를 구하고 <무한도전>에 얼굴을 비친 것은 물론이거니와, 문화방송 <라디오스타>에 나가서는 자신을 식스맨으로 뽑아달라는 내용으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어필했다.

에 들어와서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의식해야 했다. 5년 가까이 정형돈에게 ‘웃기지 않으니 하차하라’고 주문했던, 예능 역사상 가장 가혹한 팬덤을 보유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광희는 자신이 제출한 ‘<무한도전> 엑스포’ 기획안이 현실화되었을 때에도 제대로 웃지 못했고, 발연기 탓에 더빙 특집에서 단역만 얻어 왔을 때에는 대사 하나짜리 캐릭터를 몇 시간씩 분석해가며 톤을 잡아갔다. 그렇게 도망갈 곳 없는 사지에 자신을 던지고는 안쓰러울 정도의 인정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곤 합류 8개월 만에 마침내 자신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특유의 절박함을 알아본 사람들 덕분이었다.

합류까지, 광희에게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던 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때마다 광희는 보는 이들이 다 민망할 정도로 처절하게 제 앞에 놓인 벽을 기어올라왔다. 연말 시상식에선 꽃다발이 모자라 멤버들 중 유일하게 빈손으로 무대에 있었지만, 괜찮다. 특유의 절박함으로 <무한도전> 멤버들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쟁취한 것이, 세상 그 어떤 꽃다발보다도 의미가 있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