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선거에 나갈 수 없는 나라

요즘 '알바당'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실제로 알바 노동자가 선거에 나갈 수 있을까?

2016-01-01     하승수
ⓒ연합뉴스

<선거의 속살①> 최저임금 받고 2,487시간 일해야 선거 나갈 수 있다니?

이 문제는 양비론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새누리당이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연계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끝까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제안한 방안이고,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도 제안한 방안이지만, 새누리당이 끝내 거부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이 된다고 해서 대한민국 선거법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총선에 출마하려고 하는 소수정당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들은 높은 선거법의 장벽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누가 이런 조항을 만들었는지 추적해 보았다. 이승만, 박정희.. 이런 이름들이 나온다. 1958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장기집권을 꾀하면서 기탁금 조항이 만들어졌다. 그 전까지는 기탁금이라는 제도가 아예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독소조항이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남아 있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득권을 가진 거대정당들 입장에서는 이런 조항들을 그냥 놔두는 것이 이득이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실제로 선거에 나가는 후보자라고 한번 생각을 해 보자. 그것도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이제는 더불어민주당)같은 기득권 정당 후보가 아닌 상태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고 가정을 해 보자. 소수정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 입장에서는 기탁금 1,500만원을 내면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알바당'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실제로 알바 노동자가 선거에 나갈 수 있을까? 선거에 나가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2,487시간 동안 일한 돈을 포기할 수 있는 알바노동자가 있을까? 결국 지금의 기탁금 제도는 '돈이 없는 사람은 선거도 나가지 말라'는 것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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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인당 국민소득은 2010년 기준

필자는 녹색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녹색당은 2012년 3월에 창당한 신생정당이고, 아직 국회의원이 없는 원외정당이다. 그래서 국고보조금도 전혀 받지 못하고, 선거비용 전액을 당비로만 마련해야 한다.

만약 전국에 모두 후보를 내고, 비례대표 후보도 낸다면, 후보가 250명이 넘는다. 기탁금만 37억 5천만원이 들어간다. 그래서 소수정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많이 낼 수가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장벽은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 <선거의 속살>은 필자(하승수)가 서울의 종로구에 녹색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를 결심한 이후에 경험하는 대한민국 선거의 현실에 대해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기획입니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선거법, 돈많이 쓰고 개발공약을 내세우는 선거문화가 대한민국 정치를 좀먹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