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돕는 신부 "예수도 이주민"(사진)

2015-12-23     곽상아 기자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시장 인근에 위치한 파주 엑소더스(EXODUS)는 매주 일요일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2008년부터 이곳에 자리한 파주 엑소더스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운영하는 이주민 지원센터이다.

파주 엑소더스의 센터장을 맡은 이상민(시몬·39) 신부는 지난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센터는 이주민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응급실"이라고 소개했다.

주요 활동은 이주민 상담과 한국어 교육. 직원들은 무엇보다 기댈 곳 없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상담에 힘을 쏟고 있다.

다문화 가정 상담은 지방자치단체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많이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상담해 주는 곳은 정작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상담을 해보면 절반 이상은 서로 언어를 이해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며 "한국어 교육은 예방 차원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단일민족주의가 얼마나 공고한지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까지도 이주에 대해선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이주민을 이웃으로 보기보다는 떠날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아직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신부에게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주사목은 소명과 같다.

이 신부는 "이주민을 돕는 것은 선행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2천 년이 넘는 이주의 역사가 교회 안에 있습니다."

파주 '엑소더스'(출애굽기 혹은 대탈출)라는 명칭도 나고 자란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지난해 12월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종교인이 모여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를 발족했다. 이주민 인권 보호를 위한 연대의 틀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신부가 파주 엑소더스와 함께한 지 어느덧 4년.

파주 엑소더스는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복합문화공간 '아시아의 등대'가 그것.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아의 등대'를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으로 만드는 것. 이 신부는 "문화공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혜와 수혜의 관계가 사라지고, 개인의 문화적 역량이 더 중요하죠. 이주민도 재능만 있다면 기여할 수 있는 겁니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못하는 이주민에게 기타를 배울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문화를 매개로 이주민과 선주민이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이주민을 부품이 아닌 똑같은 인간으로 봐주면 됩니다. 그런 시각을 갖도록 하려면 어린 세대부터 세계시민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주민도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라는 것을 알리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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