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케팅'과 한국의 노동 관행

한국은 세계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야근을 스포츠라고 부르는 나라이니만큼 평일 저녁의 공연 관람을 도무지 장담할 수 없다. '나인 투 식스'가 지켜지면 저녁 8시의 공연 관람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못 보거나 저녁을 거르고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 한국의 공연예술 시장이 내실 있게 성장하지 못하는 핵심 이유가 비정상적인 노동 부문에 있다고 본다. 일상의 여유를 없앰으로써 수요를 견인하는 데 강력한 장애요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2015-12-22     홍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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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가 매우 자유롭기 때문이다. 예매한 것을 언제든 취소할 수 있을뿐더러 심지어 취소할 경우에도 위약금이 미미해서 별 부담이 안 된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공연 10일 전까지는 위약금이 아예 없고 이후에도 10%만 뗀다. 다른 대중음악 공연 등도 마찬가지다. 하루나 이틀 전에 취소할 경우에도 위약금은 30%가 고작이다.

하지만 그런 허들이 없다시피 한 한국의 예매 시장은 꽤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 1차 예매 때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이후 첫 번째 취소 시점에, 다시 두 번째 취소 시점에 우르르 몰려든다. 그리고 공연 직전에 또 우르르 몰려든다. 취소 표가 왕창 쏟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매진은 매진이 아니라 착시다. 거래비용만 착실히 증가할 뿐 실제 거래는 그만큼 이뤄지지 않는다.

착시다. 취소가 자유롭고 금전적인 부담도 없으니 일단 표를 이것저것 사둔 후 실제 볼지 말지는 나중에 결정한다.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 등은 관객 한 명이 아예 여러 회차에 걸쳐 표를 사재기한다. 물론 실제로 돈 내고 보는 건 본인의 스케줄이나 캐스팅 취향에 맞는 1~2회가 고작. 나머지는 그냥 취소.

한국은 세계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야근을 스포츠라고 부르는 나라이니만큼 평일 저녁의 공연 관람을 도무지 장담할 수 없다. '나인 투 식스'가 지켜지면 저녁 8시의 공연 관람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못 보거나 저녁을 거르고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 한국의 공연예술 시장이 내실 있게 성장하지 못하는 핵심 이유가 비정상적인 노동 부문에 있다고 본다. 일상의 여유를 없앰으로써 수요를 견인하는 데 강력한 장애요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한국 공연예술 시장에서 이는 심각한 대목이다. 수요 확대 없이 어떻게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나?

결국 문제는 제도의 허점 안에서 본인의 잇속만 챙기는 얌체족이다. 개인의 관점에서야 합리적인 선택에 해당할지 몰라도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다. 정말 자신이 볼 의향이 있는 공연만 예매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취소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근래 성행하는 취케팅을 보면 이는 이상적 바람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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