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위안부 할머니와의 싸움이 아닙니다

이 재판은 저와 위안부할머니의 싸움이 아닙니다. 위안부문제 해결방식을 둘러싼, 기존의 관계자들과 저의, "생각의 싸움"입니다. 조선인위안부란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다른 생각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저의 모든 생각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2015-12-17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 이 글은 12월 16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민사재판 1심 최종변론입니다.

<제국의 위안부> 내용 중 34곳을 삭제하라는 가처분 판결이 끝나고 민사재판이 시작된 지 벌써 반년 이상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그러한 판결이 너무나도 부당한 것이었음을 말씀드려 왔습니다. 가처분 판결에 대해서도 이의제기를 신청해 둔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 민사재판의 판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판장님도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저는 전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습니다.

1.

대립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편의 주장도 잘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20여년 동안 지원단체는 이 문제에 부정적인 이들의 말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책이 지원단체의 주장과 다른 점은 부정론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는 점, 그리고 그에 입각해 그들의 사고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비판하려 한 점입니다.

그러나 저의 책이 정말로 그런 책이라면 한국에서 처음 발간했을 때 이미 문제시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책 발간 이후 10개월 동안 그런 식의 비난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몇몇 언론은 호의적인 서평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일본의 지식인들과 한국의 지식인들마저 목소리를 내 주기에 이르렀습니다.

2.

그래서 저는 그동안 책을 올바르게 이해 받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따라서 이른 바 "표현의 자유"를 말한 적도 없습니다.

재판장님.

3.

원고측이 문제시했던 저의 인식은, 실은 생존 위안부할머니의 인식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위안부문제 발생 직후의 한국정부의 인식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저의 책이 거짓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위안부 할머니 중에도 저와 같은 인식을 가진 분이 계셨다는 사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그런 분들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싶어서입니다.

4.

저는 강제동원인지 아닌지, 소녀인지 아닌지 여부에 방점을 두지 않습니다. 그저,그 점에만 주목해 20년 이상 대립해 왔고 이제 차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위안부문제 운동방식에 의문을 제기했을 뿐입니다.

5.

재판장님.

따라서 이제 이 소송을 기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정의로운 이들과, 식민지시대와 냉전시대를 겪어온 우리의 불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그로써 위안부문제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5년12월16일

박유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