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와 다이아몬드 수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미국은 정부의 공적인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낮지만 기부를 포함한 사적 복지 지출은 훨씬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정책과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수많은 이들의 정치적 참여 없이 부자들의 선의에만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저커버그의 기부와 관련해서도 우려 중 하나는 민주주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세금을 덜 내고 기부한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과 정부가 누구에게 세금을 걷어 어떻게 쓸지 시민들이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015-12-15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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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논란도 작지 않다. 특히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는 그의 기부방식은 남을 돕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이 무인자동차 회사를 유한책임회사로 세웠듯이 그런 조직은 사익 추구를 포함하여 뭐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커버그는 자선재단을 세워 기부를 하면 즉시 자본이득세를 피할 수 있지만 유한책임회사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자선재단은 기금의 5% 이상을 매년 지출해야 하는 등 규제가 엄격한 데 비해 유한책임회사는 다른 회사에 투자하거나 정치적 활동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운영이 자유롭고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의 갑부들은 기부의 방식으로 유한책임회사를 활용해왔다. 형식이야 어떻든 다음 세대를 위하겠다는 선의는 의심하지 말자. 그의 기부는 정보기술업계 부자들 사이의 최근 유행처럼, 장기적인 모험투자를 통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야심찬 시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기부가 미국인들에게 울림이 큰 이유는 부의 집중과 기회의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과 관련이 크다. 미국에서는 1978년에서 2012년 사이 전체 부에서 상위 1% 부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23%에서 42%로 높아졌고, 상위 0.01%는 2%에서 무려 11%로 급등했다. 또한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기회의 불평등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저커버그도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기부의 목표로서 기회의 평등을 증진하는 노력에 관해 역설하는데, 이는 이러한 현실과 시대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하지만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페이스북의 연결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이며 부자들의 자선이 아니라 정의로운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 스스로의 노력일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