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했다

2015-12-13     김병철
ⓒfrankieleon/Flickr

이는 2008년 금융위기로 그해 12월 이후 시작된 지난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자산가격 하락, 소비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에 철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6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응답자의 97%가 12월 금리 인상을 점쳤다. 또 블룸버그가 조사한 79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3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이달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로이터 통신이 9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90%의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지난 10월 FOMC 회의 이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비롯한 많은 연준 위원들이 12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해왔다.

◇ 美 금리 인상 여건 조성…때가 왔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AP=연합뉴스 DB)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개선"과 더불어 "물가가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있을 때"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해온 것이다.

지난 11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21만 1천 명이었다. 이로써 올해 신규 고용은 월평균 21만 명으로, 고용시장의 호조와 부진을 가르는 기준선 20만 명을 넘었다.

실업률은 5%로 낮아져 2009년 10월에 기록됐던 10%의 절반까지 떨어졌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11월 들어 작년 동기 대비 2.3% 올랐다.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된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는 2%다. 연준이 주목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 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여전히 목표치인 2%보다 낮은 1.3%에 그치고 있지만 임금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연준은 주목하고 있다.

옐런은 이달 "고용시장의 지속적 개선은 물가가 중기적으로 우리의 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 연준의 향후 행보에 관심…느리고·점진적

과거 경험에 비쳐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9월에 17명의 연준 위원들이 내놓은 내년 12월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1.375%였으며, 2017년 말은 2.625%였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달에 금리를 올리고 나면 3월 회의에서 두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말 금리 전망치는 연준 위원들보다 더 낮았다.

이는 올해 금리를 한 번 올리고 나면 내년에는 세 차례, 2017년에는 네 차례가량 금리를 올린다는 얘기다.

또 앞으로 나오는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준은 매 금리 결정 때마다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의장 자신도 미국 경제가 앞으로 수년간 높은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여파 주시

다만, 그동안 옐런을 비롯한 많은 연준 위원들이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줘왔다는 점에서 당장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이미 10%가량 올랐다는 점에서 달러화가 추가로 올라갈지는 확실하지 않다.

BCA리서치에 따르면 1971년 이후 17차례의 금리 인상기 동안 첫 금리 인상 후 3개월간 미국 주가가 내려간 경우는 10번, 오른 경우는 6번, 보합수준이었던 경우는 1번이었다.

채권 시장도 첫 3개월간 주식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차이는 크지 않았다.

과거 2013년 5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긴축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것을 상기하면 금리 인상의 여파를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둔화 조짐,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 유로존과의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달러 강세 심화 등은 미국의 정책 행보에 불확실성을 키울 전망이다.

지난 11일 FT에 따르면 주요 신흥국 통화에 대한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JP모건 신흥시장 외환지수는 0.9% 하락해 사상 최저인 65.80까지 떨어졌다.

특히 이날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재무장관 경질 소식까지 더해지며 1971년 환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로 추락했다. 랜드화는 이번 주에만 11% 가까이 하락해 7년여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소시에테 제네랄(SG)의 번트 버그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신흥시장 전반에 파괴적인 자본 흐름 역전을 촉발하고 앞으로 2주간 신흥국 외환시장의 소요를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