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독' 서비스에 대한 반감

원흉은 바로 '퍼피독(Puppy Dog)' 서비스다. 귀여운 반려견이 주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듯이 직원이 고객 앞에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것을 뜻한다. 테이블 위에 고개만 보일 만큼 쪼그려 앉음으로써 고객이 직원을 한껏 내려다보는 구도가 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숙일 수 있을 만큼 숙임으로써 고객에게 봉사하겠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오히려 난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에 거북함만을 느낀다.

2015-12-07     홍형진
ⓒ한겨레

원흉은 바로 '퍼피독(Puppy Dog)' 서비스다. 귀여운 반려견이 주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듯이 직원이 고객 앞에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것을 뜻한다. 테이블 위에 고개만 보일 만큼 쪼그려 앉음으로써 고객이 직원을 한껏 내려다보는 구도가 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숙일 수 있을 만큼 숙임으로써 고객에게 봉사하겠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오히려 난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에 거북함만을 느낀다.

퍼피독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프랜차이즈는 그것이 '세계 최초'이며 이후 항공사, 해외 프랜차이즈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자신들이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 매뉴얼이 서구권 항공사의 그것에 비해 한결 엄격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각종 서비스 관련 강의 등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거론하며 수강생에게 이런저런 연습을 시킬 정도다.

세상에는 완전한 갑도 없고 완전한 을도 없다. 우리 모두 일할 때는 한 명의 직원이고 소비할 때는 한 명의 고객이다. 일종의 유기체와도 같이 알게 모르게 얽혀 있는 관계인 것이다. 한데 이런 순환적, 수평적 구도가 철저히 갑을관계로만 치환되어 수직적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상화되다시피 해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경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있으면 유난 떨지 말라며 외려 핀잔을 준다.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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