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강의실을 꿈꾸는 한 노동자의 기록

당장 내년부터 강행하겠다는 '시간강사법'은 시행을 위한 구체적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에도 맞지 않아, 이 법이 시간강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설 강의의 숫자를 줄이고 몇명에게 강의를 몰아주게 되니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더 종속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나마 대학과 1년 단위로 계약하게 될 일부 강사들의 경우에도 최저임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하니, 교수니 인문학 연구자니 그런 대접 다 필요없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라는 요구가 더 적실하게 된 형편이다.

2015-11-27     백영경

309동 1201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패배는 죄가 아니야! 우리는 벌을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고! 우리는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삶을 사는 거고. 우리는 패배한 게 아니라 단지 평범한 거라고." 최근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웹툰 <송곳>에서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은 이렇게 말한다. 경쟁이 사회의 원리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삶이 달리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들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적 가치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만으로 생업을 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떠나서도, 대학에서 인문학 동네는 그저 평범해서는 살아내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이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지방시'

연재분을 묶어서 출간한 것으로서, 1부는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에, 그리고 2부는 시간강사로서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서평을 쓰기 위해서 검색해본, 이 책에 대한 신문기사들도 대체로는 그 어려움을 자극적으로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연재 당시에도 "대학보다 나은 패스트푸드점" "88만원세대보다 힘든 '젊은 교수님'" "잡일 돕는 아이" 등의 제목을 달고 나오긴 했지만, 기사들 역시 "맥도날드 알바로 버티는 시간강사" "우리 시대 아픈 청춘의 분투기" 등 시간강사가 알바만도 못하다는 것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지방시'가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런 내용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면 연재 당시에 좋은 반응을 얻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이야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지만, 일주일에 고작 몇시간 일하는 쉬운 일로 보는 속내 모르는 시선도 있으니 말이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그런데 지금의 대학이 그런 '갑갑한' 강의실에 조금씩이나마 다가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그 전망은 밝지 않다. 그간에도 평가와 관료주의적 압박으로 대학을 옭죄어왔던 교육부는 내년부터 인문대 정원을 줄이는 학교에 지원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제까지 인문학을 지원했던 재원 중 상당부분이 그쪽으로 흘러들어가리라는 전망이다. 당장 내년부터 강행하겠다는 '시간강사법'은 시행을 위한 구체적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에도 맞지 않아, 이 법이 시간강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설 강의의 숫자를 줄이고 몇명에게 강의를 몰아주게 되니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더 종속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나마 대학과 1년 단위로 계약하게 될 일부 강사들의 경우에도 최저임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하니, 교수니 인문학 연구자니 그런 대접 다 필요없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라는 요구가 더 적실하게 된 형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패스트푸드를 준비하는 일보다 더 대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일로는 대접받아야 할 테니 말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