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습니까?"

요즘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그날의 토론을 떠올린다. 드라마 <미생>을 볼 때도 그랬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은 비판할 수 있지만, 사장은 비판할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민주화를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노예적' 삶을 살고 있다. 고용주는 생사여탈권을 움켜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노동자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온갖 굴욕을 감수한다. 이것이 <송곳>과 <미생>이 폭로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2015-11-23     김누리
ⓒJTBC

요즘 <송곳>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그날의 토론을 떠올린다. 드라마 <미생>을 볼 때도 그랬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은 비판할 수 있지만, 사장은 비판할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민주화를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노예적' 삶을 살고 있다. 고용주는 생사여탈권을 움켜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노동자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온갖 굴욕을 감수한다. 이것이 <송곳>과 <미생>이 폭로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어떤가? 기업가는 아무런 민주적 견제도 받지 않고 절대왕정 시대의 제왕보다도 더 강력한 권력을 전횡하고 있다. 어디 기업뿐인가.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에서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학교, 군대, 검찰, 언론, 관청, 교회, 병원 등을 보라. 구성원들의 민주적 의사가 반영되는 조직이 얼마나 되는가? 지난 60년간 어렵게 쟁취한 '정치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사회민주화'는 거의 진전이 없다.

냉정하게 보면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공동체의 지배적인 원리로 정착되지 못했다. 그나마 민주주의가 숨 쉬는 공간은 정치뿐이다. 사회, 경제, 문화 영역에서 민주주의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기득권 집단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뼈아픈 자리는 정치다. 절대권력의 아성이 허물어진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폭력적으로 정치권력을 되찾기도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를 악마화한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여, 정치의 변혁적 뇌관을 제거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