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8번출구에서 기다립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 애쓰지만, 사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찬/반이 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오롯이 삼성전자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과연 그것을 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

2015-11-09     임자운

아침 선전전을 합니다.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전단을 건네고 직업병 피해자의 사진이 붙은 피켓을 듭니다. 마이크를 잡고 우리가 길바닥에서 먹고 자는 이유를 알리기도 합니다.

비오는 날 아침, 농성장에 쳐진 비닐을 통해 바라본 삼성전자 본관 건물.

매일 아침,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외치고 알리기.

저녁 시간이 되면 다시 농성장에 옵니다. '이어말하기' 프로그램에 초대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합니다. 인근 식당에서 배달 주문한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합니다. 농성장에 앉아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와중에 짬짬이 소송 준비도 하고 글도 씁니다(전자소송 시스템은 제게 축복입니다).

삼성전자 건물 주변을 도는 방진복 행진. 황상기 아버님과 혜경 씨, 김시녀 어머님이 앞장 선 모습.

비가 오는 날의 농성장. 얇은 비닐을 덮고 '이어말하기'는 계속 됩니다.

삼성은 지금 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고, 삼성의 입만 바라보는 언론들은 이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보도하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 '방관자'서 '공모자'된 언론").

[전문]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관련 사과, 보상할 것").

2011년 1월 KBS '추적 60분' 방송을 통해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들을 돈으로 회유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남.

2014. 5. 14. 직업병 피해가족들에게 사과하는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 이날 그는 "합당한 보상"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약속했고, "중재기구의 제안을 따르겠다"는 말도 했다.

"대화하자더니, 삼성은 역시 삼성이었다")

덕분에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 애쓰지만, 사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찬/반이 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오롯이 삼성전자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과연 그것을 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은수미 의원이 폭로한 수령확인증.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에게 보낸 보상신청 서류 중 하나. 삼성의 보상 절차가 결국 직업병 은폐 절차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은수미 의원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사진)

다만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모여 농성장과 황상기 아버님, 김시녀 어머님의 마음이 더 따뜻해 지면 좋겠습니다. 강남역 8번 출구 앞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고 황유미 님(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의 아버지와 한혜경 님(삼성LCD, 뇌종양 투병중)의 어머니.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