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큼의 결기가 필요하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2017년부터 사용될 텐데, 그 점을 두고 어떤 국정화 반대론자는 "1년밖에 못 쓸 교과서를 시도하는 대통령의 정신 나간 행태"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정신 나간 면은 국사를 국정화한다는 데 있지 1년밖에 못 쓸 교과서에 집착하는 데 있진 않다. 1년밖에 못 쓸 교과서인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기 때문이다. 국정화 강행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통령의 의지는 다음 총선을 자신의 주도로 승리하고 자신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후계자를 내세워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교육감 선거를 폐지하는 것이다.

2015-11-05     김종엽
ⓒ연합뉴스

그렇다. 관찰자 시점에서 보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수렁에 빠져 들어간 형국이다. 불통이란 이미지가 더 강화되었고, 비밀 티에프(TF) 운영과 예비비 불법 집행으로 반칙을 일삼는 이미지도 덧씌워졌다. 이메일 의견제출 거부, 의견제출용 팩스 꺼놓기, 전자관보 게재를 보면 직전 대통령의 장기였던 '꼼수'도 떠오른다. 그렇게 해서 지지도가 떨어진 대통령이 겨우 진압한 여당에 자기 사람을 잔뜩 심고 총선 승리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더구나 선거구 조정으로 도시 지역 선거구가 늘어날 텐데 말이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2017년부터 사용될 텐데, 그 점을 두고 어떤 국정화 반대론자는 "1년밖에 못 쓸 교과서를 시도하는 대통령의 정신 나간 행태"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정신 나간 면은 국사를 국정화한다는 데 있지 1년밖에 못 쓸 교과서에 집착하는 데 있진 않다. 1년밖에 못 쓸 교과서인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기 때문이다. 국정화 강행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통령의 의지는 다음 총선을 자신의 주도로 승리하고 자신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후계자를 내세워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교육감 선거를 폐지하는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