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인격체 여행 #1 | 돌고래는 왜 찾아오는가

1964년 한 어부가 돌고래들에게 생선을 주면서, 돌고래들에게 어떤 '문화'가 생겼다. 돌고래들은 먹이를 먹으러 오고, 사람들은 돌고래를 구경하러 온다. 돌고래들은 가끔씩 "인간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쇼핑하러 오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세대를 타고 새끼들에게 '수직 전승'되고, 친구들에게 '수평 전파'된다. 이렇게 인간 문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돌고래에게서 고스란히 관찰되는 것이다.

2015-10-27     남종영

돌고래 먹이 주기는 환경부 산하의 몽키마이어 보호구역 직원들만 줄 수 있습니다. 오전에만 두세 차례 주는데, 오전 9시가 되면 돌고래들이 귀신같이 나타납니다. © 남종영

이곳은 서호주의 주도 퍼스에서 1000킬로미터를 이틀 넘게 달려야 올 수 있는 곳이다. 해변까지 사막이 뻗어있고 핸드폰과 인터넷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오지다. 여기까지 온 이유는 이 해변에 남방큰돌고래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가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와 같은 종이다. 몽키마이어에서 돌고래들은 종종 해변 가까이 다가와 사람들 주변에서 헤엄치다 떠난다.

재밌는 점은 돌고래가 인간을 만나러 오는 게 하나의 '문화'라는 점이다. 샤크베이의 돌고래는 3000마리. 이 중에 몽키마이어 해변에 찾아오는 돌고래는 몽키마이어 무리 중 일부다. 새끼들은 어미를 따라 이곳에 와서 인간을 만난다. 가끔씩 친구들이 따라 오기도 한다. (자주 오는 걸 보면, 그들도 이곳에서 인간이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돌고래들은 가끔씩 "인간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쇼핑하러 오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세대를 타고 새끼들에게 '수직 전승'되고, 친구들에게 '수평 전파'된다. 이렇게 인간 문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돌고래에게서 고스란히 관찰되는 것이다.

돌고래를 쫓아가는데, 돌고래가 펠리칸 앞에서 머리를 들고 물을 흩뿌렸습니다. © 남종영

비인간인격체에게는 문화가 있다. 좋고 싫음,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도구를 이용하며, 그것을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다. 그것이 문화가 되는 것이다. 샤크베이의 돌고래 중 일부 무리는 인간이 준 먹이를 먹고 인간과 어울리는 문화를 누린다. 어떤 돌고래는 그런 돌고래를 구경하러 온다. 그것도 문화다.

funding21.com) 사이트를 열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큰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역사적인 거울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

해질녘의 몽키마이어 해변. 야생에서 인간과 돌고래가 가장 가깝게 만나는 곳입니다. © 남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