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착취대상'을 수상하신 신동빈 회장님께

일전에 회장님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셨습니다. 저는 회장님의 일본어투 발음을 들리는 그대로 자막에 담은 어느 종편 방송사의 저급함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조롱당해야 할 것은 고작 발음 따위가 아닙니다. 회장님은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청년고용 확대를 약속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들을 부당하게 내쫓았습니다. 노동조합을 탄압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여, 한 사람의 청년을 상대로 대형로펌을 앞세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퇴직금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젊은이들을 협박해 불법각서를 쓰도록 종용했습니다.

2015-10-24     정준영

경황이 없으신 와중에 이 무례한 글이 회장님에게까지 닿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바로 그제 '청년착취대상'을 드릴 때의 정중한 마음을 담아 무엇이라도 써봅니다. 그래서 굳이 경어체를 택했습니다. 신동빈 회장님, 저는 청년유니온이라는 작은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이럴 때일수록 좋은 일을 축하하는 데에 인색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난 9월, 주식회사 호텔롯데의 대표이사로 새롭게 등재되셨다고 압니다. 일부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접속해 확인해보았습니다. 롯데그룹의 회장에 호텔롯데의 대표이사까지 겸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감투 하나를 더 얻으셨다니 좋은 일이 맞겠지요.

때마침 호텔의 대표이사가 되셨다니, 염려할 것 없이 더 여쭤보겠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사정을 아십니까? 우려했던 것처럼 김영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롯데호텔이 매일 근로계약서를 쓰며 일해온 청년들을 무더기로 해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난 7월의 일입니다. 잘려나간 사람들 중에는 1년 이상 일해온 이들도 많았습니다. 20대의 절반을 롯데호텔에서만 보낸 젊은이도 있습니다.

회장님이 경영하는 재계 5위의 기업집단인 롯데는 외식, 유통, 관광 등 서비스부문의 최강자입니다.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하이마트, 유니클로,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TGI프라이데이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나뚜루. 이름난 회사만 15개가 되고 전국에 매장만 9천 3백개에 이르니 엄청난 규모입니다. 보수적으로 따져봐도 15만 명 이상이 '롯데'의 서비스 부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고통스러운 일들이 넘쳐나는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지배권을 두고 다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습니까?

일전에 회장님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셨습니다. 저는 회장님의 일본어투 발음을 들리는 그대로 자막에 담은 어느 종편 방송사의 저급함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조롱당해야 할 것은 고작 발음 따위가 아닙니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 결국 상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아니,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롯데 신동빈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서비스부문 2015 청년착취대상을 드립니다. 부상으로 무엇을 드려야 격에 맞을지 고민이 됩니다. 부디 수상의 참 뜻을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보시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사회적 책임을 진정으로 다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온 힘을 다해 고민하고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깨닫게 해드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부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회장님,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의 '청년노동칼럼'에 게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