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갓 배운 여학생처럼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 콜레라 시대의 사랑 >. 어디선가 이 책이 밸런타인데이 추천도서라고 하던데, 이 책은 51년 동안 첫사랑을 기다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당연히 목록에 올라갈 만하다. 그러나 정작 < 콜레라 시대의 사랑 >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매끈하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10대에서 70대가 된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엉망진창인 상황들이다.

2015-10-25     김보경
ⓒgettyimagesbank

사랑의 참고도서 | <콜레라 시대의 사랑>

. 어디선가 이 책이 밸런타인데이 추천도서라고 하던데, 이 책은 51년 동안 첫사랑을 기다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당연히 목록에 올라갈 만하다. 그러나 정작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 매끈하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10대에서 70대가 된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엉망진창인 상황들이다.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손에 들었다가 의외로 읽기 쉽지 않았다는 수많은 독자들의 어려움은 바로 이런 데서 발생한다. 그토록 잊지 못했던 첫사랑을 다시 마주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지난날 운명의 어긋남을 탄식하고, 이제라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시 뜨겁게 청춘의 열정을 되살리지 않을까. 하나 그런 예상된 장면들이 이 소설에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관계를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그것이야말로 다시금 뜨거운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들은 주름과 냄새가 가득한 노년의 육체를 끌고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과 열정을 세월과 죽음에 맞서 세우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영리한 전략이다.

소설의 막바지에 두 사람은 함께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선실에서 시도한 첫 육체적 결합은 실패한다. 그때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죽었소."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났기에 그는 이 귀신과 같은 존재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매번 처음인 양 다시 배워야만 했던 것이다." 그 대목에서 우리는 그들의 해피엔딩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은 못했지만 내일은 청년처럼 뜨겁게 성공하리라는 것을. 매번 처음인 양 다시 시도한다면 말이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