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도 돈에 취하면 안 된다 | 홍대상권과 젠트리피케이션
요즘 자영업자들 사이에는 이런 자조 어린 푸념이 터져 나온다. '장사가 잘 돼도 고민, 잘 안 돼도 고민이다. 잘 안 되면 어떻게 임대료를 낼까가 고민이지만, 잘 되면 쫓겨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
전세계 주요 도시가 직면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 원주민 구축) 현상이다. 신흥 부유층이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임대료를 높여 놓는 바람에 기존 주민들이 주택가나 상권에서 쫓겨나는 일을 말한다. 솔직히 시장경제의 부산물 같아서 이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란 쉽지 않다. 도시가 돈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늘 있어 왔던 일이자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이유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용인해야만 할까? 벌써부터 몇 가지 문제가 예상된다. 우선, 도시에 범죄와 부정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런던 고급 주택가의 집값과 임대료를 고공행진 하게 한 것은 주로 러시아 범죄 조직의 은닉 자금이었다. 현재 인류 역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뉴욕 고급 콘도미니엄들 역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검은돈이 출처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최대 해악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설 땅을 없앤다는 점이다. 정작 상권 개발의 주역인 그들은 치솟는 임대료로 상권이 형성조차 되지 않은 주변부로 내몰린다. 그 곳에서 재기의 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주변부 상권을 일구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요즘 자영업자들 사이에는 이런 자조 어린 푸념이 터져 나온다. '장사가 잘 돼도 고민, 잘 안 돼도 고민이다. 잘 안 되면 어떻게 임대료를 낼까가 고민이지만, 잘 되면 쫓겨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도시 재정을 들여가며 싼 임대료의 주택이나 상가를 공급하려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건물주와 자영업자간 자율 협약을 권장하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을 통해 미친 상권에 맞서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결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돈에 취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