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노동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

박근혜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노동 정책을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양이 많다. 많은 양의 정책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보니 중점 사항과 비중점 사항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방향과 해법이 모순된다.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겠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을 쏟아낸다. 무엇보다 그간의 진행 경과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정책에 담긴 함의를 찾아내기 어렵다. 예컨대 노사정 합의문에는 '근로계약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라고만 표시되어 있지만, 그간의 논의 과정을 보면 사용자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5-10-14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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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근혜 정부 노동 정책의 진행 과정

그러던 지난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효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사과일 것이란 예측은 무참히 깨졌다. 대신 담화의 80%를 노동 '개혁'이 차지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한국노총이 다시 노사정 협상에 들어갔고 같은 내용의 협상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결국 9. 13.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졌고 새누리당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6개의 노동 관련 법률(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2. 박근혜 정부 노동 정책! 개혁인가, 재앙인가

가. 기업에 의한 저성과자 낙인 해고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법원은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라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만으로는 해고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실적이 부진한 경우에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공정해고'라 부른다. 실적이 부진한 사람은 해고되는 것이 정의요, 공평한 결과라는 취지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나. 동의 없는 임금 삭감 제도 도입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임금피크제는 일부에 불과하다. 노사정 합의문에도 들어가 있듯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임금피크제, 직무성과급제를 아우르는 임금체계의 개편이다. 그동안 우리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직급과 연차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소위 연공급제 임금체계를 활용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 실적이나 능력이 떨어지므로 임금을 줄이겠다는 것을 임금피크제로, 실적에 따라 임금을 달리 적용하겠다는 것을 직무성과급제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임금체계를 법 개정 없이 회사에 바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혹은 노동자들의 동의가 없어도 임금체계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 과반수의 동의가 없이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취업규칙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나, 박근혜 정부는 법해석상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는 단체협약으로 이를 막아낼 수 있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없는 90%의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과 고착화

노사정 합의를 통해 새누리당은 35세 이상의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지금까지는 2년까지만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4년까지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에게 사용 기간 연장은 그만큼 불안정 노동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글 _ 윤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