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참사 책임소재 싸고 이란-사우디 '네탓' 공방

2015-09-27     강병진
Muslim pilgrims walk in a tunnel on their way to cast stones at Jamarrat pillars, a ritual that symbolises the stoning of Satan, during the annual pilgrimage, known as the hajj, in Mina, near the holy city of Mecca, Saudi Arabia, Friday, Sept. 25, 2015. (AP Photo/Mosa'ab Elshamy) ⓒASSOCIATED PRESS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사우디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양측이 정면 충돌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중동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부딪히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도 예외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그는 또 "이슬람 세계는 이 사건에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 사안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비극은 사우디 정부가 경험 있는 병력을 예멘 반군과 전투에 투입한 결과"라며 7개월째 접어든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과도 엮었다.

27일 오전 현재 사우디 당국이 밝힌 성지순례 사고 사망자는 769명으로 그중 이란인은 최소 140명으로 가장 많다.

사우디 정부는 성지순례의 총괄적 안전 책임을 지는 탓에 24일 압사사고 이후 수세에 몰렸지만, 이란이 이번 사고를 유엔 총회에서까지 거론하자 침묵을 깨고 이란에 화살을 돌렸다.

사우디 왕실이 소유한 범중동권 아랍어 일간지 알샤르크 알아우사트는 27일 익명의 이란 관리를 인용, "이란 성지순례객 300명이 대기신호를 무시하고 군중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당국은 현장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화면으로 이란 성지순례객들이 지침을 어기고 무리하게 반대 방향으로 행진했는지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야르는 이달 초 사우디 정부가 시리아 난민을 위해 독일에 이슬람 사원(모스크) 200곳을 짓는데 돈을 내겠다는 오보를 낸 반(反)사우디 성향의 신문이다.

사우디가 주축이 된 무슬림세계연맹(MWL)의 압둘라 알투르키 사무총장도 "이란 측은 사우디를 깎아내리려고 무책임하게 참사를 언급하고 있다"며 "이란은 두 성지(메카·메디나)를 지키는 사우디를 신뢰하는 무슬림을 헐뜯으려고 한다"고 이란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