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피하고 싶은 '비혼주의자' 7명의 이야기

2015-09-25     곽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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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未婚)은 '원래 해야 하지만 아직 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비혼은 '혼인 상태가 아님'이라는 더욱 주체적인 의미다. 여성학계를 중심으로 사용되다 십수년 전부터는 대중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A씨에게도 명절은 역시 고역이다.

A씨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흘려 듣지만, 어머니가 속상해하는 모습은 역시 마음에 걸린다.

외동아들인 B(36)씨는 결혼 문제 때문에 친척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B씨는 "1∼2년 전까지는 부모님도 결혼에 대해 압박을 했는데 이제는 잠잠해지셨다"며 "결혼 문제 때문에 다툰 친척들도 어쨌든 추석이 되면 집에 모이긴 하지만 서로 데면데면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소연(38·여)씨는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결혼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한 데다가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다.

친척들의 '십자포화'를 견디다 못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비혼자들도 많다.

윤모(27·여)씨는 명절에는 가능하면 친척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아예 명절에 친척이 모이는 고향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박현정(34·여)씨는 올해 추석에도 큰집에 가지 않는다. 대신 친구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박씨는 "큰집도 서울이라 들리는 데 부담은 없지만 친지가 결혼에 대해 묻는 것이 너무 꺼려져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정현(33)씨는 직장을 명절에 내려가지 않는 구실로 내세웠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명절 당일 영업을 하는 곳이 별로 없기에 아예 술집이나 카페를 빌려 친척들의 결혼 압박을 피하는 '피란 파티'를 개최한다는 공지가 띄워지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35·여)씨도 추석에는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지 않고 비슷한 미혼 친구들과 집에 모여 파티를 할 계획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명절에는 결혼에 대한 부모님의 압박이 훨씬 세져요. 회사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데 집에 내려가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실 부모님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친구들과 모여 편하게 먹고 마시고 놀며 해방감을 느끼며 지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