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대안을 만들자

정상부인 한계령(오색령)은 자연경관이 수려해서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상부에서 보는 경관보다 훨씬 아름답다. 이 길을 차량통행을 금지시키고 재자연화하면 명품 트레킹 코스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국립공원의 품위를 훼손하는 흉물스러운 시설이나 모습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겨울철마다 힘들게 하던 제설작업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눈썰매를 타거나 노르딕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천연의 슬로프가 된다. 즉 4계절 탐방 코스가 될 수 있다. 오색마을과 한계리마을은 트래킹 여행의 근거지가 될 수 있다.

2015-09-25     장재연
ⓒ장재연

오색케이블카는 최악의 케이블카다. 상하정류장 말고도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고 아름드리 수목이 가득한 중간지역에 무려 6개의 지주를 설치해야 한다. 참고로 권금성케이블카는 길이가 짧아 한 개도 없다. 환경파괴는 심하고, 건설기간은 길고, 유지 관리 비용은 많이 든다. 반면에 전망은 설악산 전체에서 가장 나쁘다. 오죽하면 환경단체 주장에 동의하는 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 조선, 동아 등 보수언론 조차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겠는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송전탑 같은 6개의 지주가 서게 된다

사회적 비판과 논란을 무릅쓰고 오색케이블카가 건설되어봐야 강원도민들과 양양군민들에게 돌아올 것이 없다. 말도 안 되는 국책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될 때 보면,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을 보는 토지 지주들과 건설회사, 부패한 공무원,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 양심을 팔아버린 교수나 전문가들이 득실거린다. 그러나 사업이 끝나면 화려한 언변을 쏟아내던 이들은 다 도망가고 주민들에게는 망가진 환경만 폐허처럼 남는다. 새만금간척사업이 그랬고 4대강 사업이 그랬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슬기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벤치마킹, 체르마트의 진실]

https://www.huffingtonpost.kr/jaeyeon-jang/story_b_7926346.html

44번 도로 설악산 구간

설악산 구간을 지나는 44번도로, 야생동물이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장재연

한계령의 아름다운 경관을 주차장이 망치고 있다 ⓒ 장재연

한계령 트래킹 코스를 만들면, 적당히 힘들면서도 안전하게 설악산의 자연경관을 즐기고 싶어 하는 다수의 탐방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더구나 설악산국립공원을 파괴하려던 시도를 멈추게 하고, 차량통행 도로를 재자연화 했다는 스토리는 극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제주 올레길과 그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높은 인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길의 성공 가능성은 오색케이블카와 비교되지 않게 높다.

44번도로 설악산구간, 도로만 재자연화한다면 정말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될 것이다 ⓒ 장재연

탐방객들은 이 교통시설을 잘 활용하면 자기 체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해서 부분적으로 트래킹을 할 수 있다. 정상부로 향하는 케이블카는 하차 후에 다시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시설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 교통시설은 장애인과 노약자들도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에서 설악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44번 도로 설악산 구간에 단 하나 존재하는 생태이동통로 ⓒ 장재연

도로를 자연 상태로 복원하고 개인차량을 금지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이미 많은 나라의 국립공원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국립공원 입구까지는 개인차량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공공교통수단만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그런 제약이 가능하다. 다수의 차량에서 배출되는 소음, 배기가스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막기 위한 명분 등 다양한 이유가 가능하다. 전경련과 강원도, 환경부가 그렇게 벤치마킹 대상으로 팔아먹은 체르마트 마을이 바로 개인차량은 전혀 갖고 들어갈 수 없고 공공교통수단만 이용해야 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체르마트의 트래킹 코스 ⓒ 장재연

설악동을 보면 안다. 자기 차량을 타고 온 탐방객들의 상당수는 케이블카 타고 권금성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다시 차를 타고 바로 사라진다. 기껏 아이스크림 하나 정도 사먹는다. 입장료 받는 권금성케이블카와 주차장, 신흥사만 돈을 벌고 설악동 지역경제는 황폐해졌다. 중앙정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다. 기껏 케이블카인 것이다. 이를 탓해서 무엇 하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강원도민들이 직접 대안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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