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삼척 시멘트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라

대응은 실로 상식 밖이었다. 동양시멘트는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자신들의 불법고용행위가 밝혀지자 복수에 나섰다. 자신이 만든 유령 하청업체와 맺었던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였고, 별도의 업체와 도급계약을 다시 맺은 후 노조를 탈퇴한 근로자들만을 하청업체 소속으로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당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치졸한 복수다. 기껏 위장도급을 밝혀내었던 고용노동부는 스스로 인정한 불법을 시정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재 노동부의 태도는 직무유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2015-09-18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삼척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석회암 동굴과 빼어난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1957년 건립된 전국 최대 규모의 공장인 동양시멘트가 연간 1,10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는 역동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묵묵히 시멘트를 생산해 온 노동자들 101명이 지난 2월 집단해고를 당했다.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원청 근로자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유령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했던 근로자들.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노동조합으로 뭉친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에 동양시멘트의 위장도급을 고발하는 것으로 쌓인 울분을 표현했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끈질기게 압박했다. 8개월의 조사를 거친 후 고용노동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두 하청업체는 모두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없으며 동양시멘트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다. 근로자들은 동양시멘트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다." 노조의 승리였다.

기껏 위장도급을 밝혀내었던 고용노동부는 스스로 인정한 불법을 시정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고용노동부는 노동행정권한과 감독권, 그리고 사법경찰권까지 쥐고 있으나 그저 근로계약관계에 대한 민사재판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의 불법을 시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해야 할 노동부가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모른 체하며 복지부동한다면, 노동자들은 갈 곳이 없다. 갈 곳 없는 조합원들은 생계가 막힌 채 오늘로 7개월째 천막에서 지내고 있다.

20년 이상 위장도급을 방치했던 노동부다. 더 늦기 전에 고용노동부는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정당한 조합 활동에 악의적 해고로 대응하는 사용자를 묵과하지 말라. 삼척 시멘트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라. 다시 한 번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촉구한다.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이 7월 10일 오전 공장에 출근하는 노동자들과 회사 관계자들을 향해 복직을 요구하는 아침 선전전을 하고 있다.

글_김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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