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푸틴 전화통화의 진실

2015-09-17     김병철
Prime Minister Vladimir Putin speaks on a cell phone with President Dmitry Medvedev, during a visit to a temporary shelter for the people whose houses were burned to the ground in the villages, surrounding Nizhny Novgorod, Russia's fifth-largest city, 475 km (300 miles) east of Moscow, Friday, July 30, 2010. The fires have spread quickly across more than 200,000 acres (90,000 hectares) in recent days after a record heat wave and severe drought that has plagued Russia for weeks.(AP Photo/RIA Novo ⓒASSOCIATED PRESS

러시아 국영 TV 채널 쇼프로 진행자인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가 16일(현지시간) 각각 푸틴 대통령과 그의 공보비서(공보수석) 드미트리 페스코프를 가장해 엘튼 존에게 장난 전화를 걸었다고 밝힌 것이다.

영국 일간 텔래그래프에 따르면 크라스노프와 스톨야로프는 지난 14일 밤 런던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 있는 엘튼 존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성적소수자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심지어 11월에 회동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짖궂은 장난 전화였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엘튼 존은 동성애자를 경멸하는 푸틴이 전화한 데 감동한 듯 "푸틴 대통령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대화를 나눈 데 대해 감사한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Thank-you to President Vladimir Putin for reaching out and speaking via telephone with me today. I look to forward to meeting with you face-to-face to discuss LGBT equality in Russia. @president_vladimir_putin @ejaf #lgbt #lgbtrights #ShareTheLove

2015 9월 14 오전 8:11 PDT

그는 또 "나는 뮤지션이고 인도주의자이며 정치인이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얘기를 나누고 싶다. 왜냐하면, 많은 이슈를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언급했다.

크라스노프 등은 엘튼 존이 지난주 말 BBC 방송에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푸틴과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후 장난 전화를 걸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크라스노프의 장난 전화에 속은 사람은 엘튼 존 만이 아니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 장관 등 러시아의 유명인사들이 걸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엘튼 존은 이후 푸틴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크렘린궁은 공식 부인해 사태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장난 전화의 진실이 드러난 뒤 페스코프는 장본인들이 자신에게 사과를 할 필요는 없지만 엘튼 존에게는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스톨야로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크라스노프와 함께 엘튼 존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