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공정위 조사 전 PC 포맷 지시(이메일)

2015-09-17     김병철
ⓒ한겨레

공정위는 2013년 롯데마트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를 시작해 2014년에도 수차례 현장조사를 했으며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롯데가 어떤 식으로 은폐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고, 실제 방해받지 않고 조사했다”고 밝혔지만, ‘허수아비 조사’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공정위가 롯데마트 쪽에 2013년 8월9일 출석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설 계획을 잡는 시점이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조사 대상이었다.

아울러 체크리스트에는 정보전략팀은 전산 시스템을 차단할 준비를 하고, 상품팀은 납품업체에 부당한 강요를 한 서류와 동업계 대비 실적 자료를 삭제하며, 재무팀은 대금지급 지연과 같은 위험 요소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직권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롯데마트 내부에서 컴퓨터 포맷을 진행하고, 조사 대응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납품업체 부당 강요 서류를 삭제하도록 하는 등 증거를 은폐한 정황을 시사하는 전자우편 자료. (※ 클릭하면 확대 됩니다)

롯데마트 영업기획팀은 2013년 8월27일 포맷 계획을 담은 전자우편을 보내어 “시간표에 포함된 해당 팀에서는 (중략) 컴퓨터를 가져다 달라”며 “한 시간에 약 10대 안팎으로 소화 가능하며 (중략) 일정에 맞게 꼭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쪽은 “공정거래 조사를 받는 처지로, 위반으로 판단되는 행위를 개선하고 자체적인 조처를 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당 팀에서 자체 점검이나 개선 활동을 한 뒤 공정거래 자율준수 담당자가 추가 점검을 해서 법 위반 행위를 사전 예방한다”며 “잘못된 행위를 감추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롯데마트가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전산을 차단하고 데이터를 삭제한 정황이 명백하다”며 “공정위가 이를 전혀 몰랐다는 것은 무능이거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조사 방해가 다른 대형 유통업체에도 만연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밀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정하는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