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무슨 샤이니도 아니고

아무리 우리가 소비에 죄책감이 조금 모자란 부부라 해도, 애 없이 차도 없이 둘이 버는 우리 집조차 이렇게 전세금 걱정에 부들부들 해야 하는 꼴이라면, 외벌이에 차 몰면서 아이들까지 키우는 집들은 참 말이 아닐 것 같다. 오, 리스펙트가 절로 나오네. 양 집안의 도움 없이 결혼해 살림을 하고 있는 거긴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부부가 우리뿐만은 아닐 테고, 그나마 반월세 살다가 이번 집부터 빚을 얻어 전세 들어온 처지인데 원금을 갚기는커녕 전셋값 올려줄 생각만으로도 살림이 벅차니, 이것 참 집 없는 설움에 눈물이 벅차네.

2015-09-15     김게이
ⓒgettyimagesbank

지난 주 이사를 마친 동생들이 집들이 오세요, 하고 연락을 해왔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집 계약도 이제 반년이 채 남지 않았다. 재작년 봄 그래도 꽤 괜찮은 조건으로 운 좋게 들어온 집이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전세금이 와장창 오를 건 불 보듯 뻔한 일. 동네마다 집마다 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요즘 보니 전세 재계약 때 이삼십 퍼센트 오르는 건 일도 아닌 것 같더라.

하지만 역시나 이사할 때 이 시대 최고의 문제는 모다? 돈이지 돈. 둘이 열심히 버는데 왜 이놈의 돈은 모이질 않는 걸까. 굳이 큰 돈 아니라 해도 형이 1일 1인 1닭 하시는 치킨 값과, 내가 뇌 건강 포기한 듯 마시는 술 값과, 둘이서 사이 좋게 처발처발하는 화장품 값 조금씩만 아껴도 훨씬 더 모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치킨에 술에 몸에 안 좋은 걸 그렇게 먹고 마시는데 아무리 비싼 화장품 푹푹 찍어 바른다고 해서 피부관리가 제대로 될 것 같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도 돈이 더 안 모인다. 돈을 모아도 모아도 전세금이 모이지 않는 건, 마치 옷을 사도 사도 옷장에 입을 게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옷을 계속 사고 사고 해서 전세금이 안 모이는 건가...

서울 바닥에서 집 한 칸 얻어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건 하루 이틀 된 이야기도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는 진짜 전셋값이 무슨 샤이니도 아니고 눈 깜빡 할 때마다 리즈를 갱신하고 있으니, 뭐가 잘못되어도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우리가 소비에 죄책감이 조금 모자란 부부라 해도, 애 없이 차도 없이 둘이 버는 우리 집조차 이렇게 전세금 걱정에 부들부들 해야 하는 꼴이라면, 외벌이에 차 몰면서 아이들까지 키우는 집들은 참 말이 아닐 것 같다. 오, 리스펙트가 절로 나오네. 양 집안의 도움 없이 결혼해 살림을 하고 있는 거긴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부부가 우리뿐만은 아닐 테고, 그나마 반월세 살다가 이번 집부터 빚을 얻어 전세 들어온 처지인데 원금을 갚기는커녕 전셋값 올려줄 생각만으로도 살림이 벅차니, 이것 참 집 없는 설움에 눈물이 벅차네. 어릴 때 벅차게 산 벌을 이렇게 받는 건가 하...

이따 시간 날 때는 회사 근처 무지 매장 들러서 동생들 집들이 선물로 줄 찻주전자나 사야겠다. 무늬 없는 백자로 사야지. 덩치는 산만한 애들이 미적 감각은 또 어찌나 까다로운지, 무슨 마음에 안 드는 무늬라도 있으면 도자기 굽는 장인처럼 우리 안 볼 때 깨부숴버리고 어머 김게이 형, 실수로 톡 건드렸는데 툭 깨져버렸어요 히잉 하면서 트롤 발을 내밀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톡으로 이거 사달라고 무지 백자 티포트 사진을 보내네. 쯧쯧, 역시 게이들 취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