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서 산다는 것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봤다. 너무나 슬프고 아픈 영화였다. 이 영화는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운명이 사실상 결정되는, 가난하고 가방끈 짧은 부모를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행복해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불행과 고통에서 헤어날 수 없는, 그리하여 약자들끼리 늑대가 되고 서로 죽이는 한국사회에 대한 솔직한 보고서다.

2015-09-03     이태경
ⓒCGV아트하우스

* 이 글에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정수남(이정현 분)은 여공이 될까 여상에 갈까를 고민할 정도로 가난한 집 딸이다. 엘리트(?)가 되기로 결심해 여상에 진학한 정수남은 타고난 손재주를 발휘해 손으로 딸 수 있는 자격증은 거의 모두 취득한다. 하지만 컴퓨터의 시대에 그녀의 재능과 노력은 완전히 무력하다. 가까스로 작은 공장 경리가 된 정수남은 거기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그러던 정수남에게 복음이 들려온다. 빚을 내 산 집(남편 병원비 때문에 전세를 준 바로 그 집)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이제 그녀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행은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당긴다.

정수남은 선량한 사람이고, 성실한 사람이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고, 예의 바른 사람이다. 식물인간 상태인 남편을 향한 그녀의 헌신과 사랑은 진정 눈물겹다. 그런 정수남에게 대한민국은 행복과 안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정수남의 반대편에 있는 이웃들은 불한당들인가?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그들은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삼이사들이고, 핍진한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재개발에 따른 불로소득을 공유하길 원했을 따름이다. 약자가 약자를 미워하고, 적대하고, 저주하고, 끝내는 살해하는 세상은 지옥이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하는 지옥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단 하나뿐이다. 재벌, 관벌, 법조마피아, 언론재벌, 종교권력 등으로 구성된 특권과두동맹이 모든 사회경제적 자원을 독식하는 구조, 메인스트림에 속한 사람들과 그 자식들이 멀찌감치 앞에서 출발하고 온갖 반칙을 일삼아 항상 경쟁에서 이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뿐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정치와 선거'!!! 우린 선택해야 한다. '헬조선'에서 지옥을 경험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정치와 선거를 통해 헬조선을 변화시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