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복제 작물 쏟아진다, 괜찮을까?

'라운드업 레디' 특허 만료에 따라 농민들은 지난해 수확한 콩을 올해 봄 이후 종자로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또 올해 심은 콩 중에서 내년에 종자로 쓸 것을 골라 저장해놨다가 심어도 된다. 그동안 매년 몬샌토로부터 종자를 사야 했던 농민들에게는 희소식이 날아든 셈이다. 종자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종자가 그냥 일반 종자가 아닌 GMO라는 점이다.

2015-08-28     곽노필

특허가 끝난 몬샌토의 유전자변형 콩 '라운드업 레디'의 복제종자. 아칸소대 제공

GMO 시대를 연 몬샌토 콩 '라운드업 레디' 특허 만료

조만간 종자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곡물 대기업 몬샌토(Monsanto)가 유전자변형기법을 이용해 개발한 대두(콩) 종자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의 20년 특허기간이 올해 3월로 끝났다. 1996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이 GMO(유전자변형작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종자는 뛰어난 제초제 내성 덕분에 재배 면적이 급속히 확대돼 왔다. 현재 미국에서 재배되는 대두의 90% 이상이 몬샌토의 '라운드업 레디'이다. 몬샌토는 GMO 특허만 1676개 보유하고 있는 이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이다. 베이어, 바스프 등 몇몇 다른 기업들도 GMO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지만 몬샌토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미국 농부들이 재배하는 옥수수의 80%도 몬샌토 GMO 종자이다. 옥수수, 콩, 면화 등 3가지 GMO 품목이 회사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GMO 반대자들이 가공할 만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몬샌토를 사탄에 비유해 '몬사탄'(Monsatan)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종자가 그냥 일반 종자가 아닌 GMO라는 점이다. 몬샌토 같은 곡물 대기업들은 GMO 유해성이 입증된 바가 없고, 세계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개발과 보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체 유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GMO 반대론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재배 역사가 20여년에 불과해, 장기간 섭취했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선 누구도 확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장벽이 사라지는 건 GMO 식품 보급을 반대해온 사람들에겐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특허 만료로 복제 GMO들이 잇따라 등장할 게 뻔한 탓이다. 이는 GMO를 더욱 확산시키고, 그나마 표적이 확실하던 감시망의 초점마저 흐트러뜨릴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복제 GMO 종자들의 등장은 GMO에 대한 불안감을 더 자극할지도 모를 일이다.

'라운드업 레디' 복제종자의 시험재배 장면. 아칸소대 제공

아칸소대 등 저렴한 GMO 복제 종자 보급 나서

미국 전역의 콩밭은 8400만에이커(944억평)에 이른다. 따라서 아칸소대 종자가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캔자스, 조지아 등 다른 농업대학들 역시 아칸소대처럼 각각 복제종자를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몬샌토 인근에 있는 미주리대는 올해 네개의 종자를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몬샌토가 '라운드업 레디 2' 와 다른 콩 종자를 비교시험 재배하고 있는 장면. 몬샌토 제공

복제GMO는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 잭 클로펜버그(Jack Kloppenburg)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사회학)에 따르면, 동전의 한 면은 복제GMO 종자 생산은 새로운 종자 대신, 여전히 몬샌토가 주도하는 종자를 들고 게임에 뛰어드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다른 한 면은 복제작물이 최소한 농민들에게 종자 대기업들의 독점적 지배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제초제 내성을 보유한 GMO 작물 재배면적의 비중 추이. 위로부터 콩(대두), 면화, 옥수수. MIT테크놀로지 리뷰.

세계 GMO 시장 현황. 한겨레신문 자료 그래픽

몬샌토는 어떻게 종자 헤게모니 지키려 할까

몬샌토 전략의 또 다른 축은 GMO의 유해성 논란을 피할 새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몬샌토는 현재 유전자 간섭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스프레를 통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유전자를 변형시키지 않고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이어서 GMO와 관련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유전자 스프레이는 해충이나 바이러스 공격에 GMO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기존 RNA 간섭을 통한 유전자 발현 억제보다 지속기간이 길다고 한다. 이 기술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물이 부족할 땐 RNA 스프레이를 뿌려 가뭄에 견디는 형질을 발현시킬 수 있다. 또 잎사귀에 스프레이를 뿌려 이 잎을 먹은 특정 벌레를 죽일 수도 있고, 토마토가 물러지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스프레이가 식물 세포 속으로 들어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몬샌토는 오는 2020년쯤 감자잎벌레 퇴치를 위한 RNA 스프레이를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감자잎벌레를 첫 타겟으로 설정한 건, 이 벌레가 기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곡물 대기업들의 종자 독점에 맞서 OSSI 같은 기구는 종자 공유 운동을 벌이고 있다. OSSI 페이스북에서.

복제GMO도 GMO...더 복잡해진 이해관계, 더 커질 불안감

본격 GMO 시대를 연 '라운드업 레디'의 특허 만료를 시작으로, 앞으로 특허가 풀리는 GMO 종자들이 잇따라 나올 것이다. 덩달아 복제GMO도 속속 등장할 것이다. 향후 세계 GMO 작물과 종자 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대립 구도와 유해성 논란 양상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에서 소비자들의 불안만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 한 해 1천만톤 넘게 GMO 수입

100% 수입콩으로 제조됐음에도 GMO 표시가 없는 국내 콩기름 제품들. 탁기형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하지만 일상적으로 GMO 식품을 먹고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이를 의식하지 못하며 산다. GMO 표시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허술한 탓이다. GMO 식품이라도 최종 제품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거나, GMO가 '상위 5가지 원재료'에 속하지 않으면 표시할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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