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교적 결정은 '한국 것'이어야

박근혜 대통령도 남북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방해할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내년에라도 북한이 붕괴될 사태에 대비하라는, 대통령으로선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의 봄을 보고 북한체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다닌 오류의 반복이다. 개탄스럽다. 1870~1871년 비스마르크 아래서 프러시아-프랑스 전쟁을 탁월한 전략으로 지휘해 독일 통일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전설적인 전략가 헬무트 몰트케는 "정치가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어야 하지만 모든 진실을 다 말해서는 안 된다"는 유명한 경구(Maxim)를 남겼다.

2015-08-24     Young-hie Kim
ⓒ연합뉴스

둘은 중국의 그런 야망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응이다.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의 안보·경제상의 핵심 이익을 중국에 나누어줄 생각이 없다. 그래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서남아시아의 인도에 이르는 초승달 모양의 넓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한다. 중국과의 직접 대결을 피하면서 물리적인 견제는 일본에 하청을 주고 있다. 미국의 하청업자가 된 일본 총리 아베 신조는 신바람이 난다. 시진핑의 센카쿠 도발, 이명박의 2012년 독도 방문과 천황에 관한 발언으로 동면 중이던 민족주의가 화산처럼 폭발한 데 힘입어 아베는 11개의 안보 관련 법안의 중의원 통과를 산뜻하게 처리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의 길을 열고, 집단자위권이라는 이름으로 동북아에서 군사적인 존재감을 크게 높여 중국과 맞선다.

박근혜 대통령도 남북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방해할 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내년에라도 북한이 붕괴될 사태에 대비하라는, 대통령으로선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의 봄을 보고 북한체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다닌 오류의 반복이다. 개탄스럽다. 1870~1871년 비스마르크 아래서 프러시아-프랑스 전쟁을 탁월한 전략으로 지휘해 독일 통일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전설적인 전략가 헬무트 몰트케는 "정치가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어야 하지만 모든 진실을 다 말해서는 안 된다"는 유명한 경구(Maxim)를 남겼다. 패러디 하면 "정치가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어야 하지만, 모든 사실을 다 말해서는 안 된다"가 된다. 몰트케의 충고와 상관없이 북한 붕괴 임박이 사실인지도 확실치 않다.

한·미 동맹이 한국 안보의 근간이지만 미국 눈치를 너무 본다. 9월 3일 중국 전승절에 가는데 미국의 암묵적 양해를 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굴종외교다. 북한 견제에 중국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언젠가 있을 통일외교에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에 가서 군사 퍼레이드까지 참관하는 걸 주저할 필요 없다. 한국은 견실한 중견국가로 주변 강대국 파워게임의 균형추다. 이제 넓은 동북아를 시야에 두고 이 지역 유일한 중견국가로 '균형추의 힘'을 이용해 동북아 평화를 견인하면서 남북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을 중국 포위망에 편입시키려고 한·미·일 3각 안보체제에 들어오라, 사드를 받으라, 미사일 방어(MD)망에 참가하라고 압박하지만 판단은 철두철미 '한국 것'이어야 한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