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같은데, 남자 좋아하냐" 배우 박하선이 젠더감수성이 결여된 실언을 했다

하선 언니, 이러지 마.....

2021-12-28     강나연 기자
배우 박하선, 민진웅 ⓒ뉴스1/tvN

배우 박하선이 실언을 했다. 

12월 28일 방송된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에 게스트로 나온 배우 민진웅에게 ”여자 같은데 여자 좋아하냐, 남자 좋아하냐. 여자 좋아하는 거 알고 있는데”라는 농담을 건넸다. 민진웅과 tvN ‘혼술남녀’에서 호흡을 맞워 친분이 두터운 데다 민진웅의 다정다감한 성격을 칭찬하면서 나온 말이었지만, 세 가지 면에서 경솔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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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남성에게 ”여자 같다”는 표현으로 성별고정관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여성이라면 다정다감하고 상냥해야 한다거나 남성이라면 씩씩하고 용감해야 한다는 인식은 오래된 성별고정관념이자 남성 여성을 모두 옭아매 온 편견이다. 여성도 씩씩하고 용감할 수 있으며, 남성도 다정다감하고 여릴 수 있다. 그러나 ‘여성스러운 것‘과 ‘남자다운 것‘을 구분하는 성별고정관념 탓에 그간 우리는 여성이 씩씩하면 ‘드세다‘, 남성이 여리면 ‘계집애 같다’는 식의 비난이나 공격을 감수해야 했다.

배우 박하선, 민진웅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

두 번째는 이성애자 중심의 농담을 하면서 동성애자를 희화화했다는 점이다. 평소 젠더감수성이 뛰어난 편으로 알려진 박하선이지만, 이번에 뱉은 말은 실수였다. ”여자 같은데, 여자 좋아하냐 남자 좋아하냐”는 말에는 남성 동성애자, 즉 게이들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이 담겼다. 게이들을 이른바 ‘여성스러운’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은 성별고정관념만큼이나 오래된 편견이다. ‘여성스러운 남성’은 미디어에서 게이를 희화화할 때 손쉽게 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배우 민진웅, 박하선 ⓒtvN 혼술남녀

세 번째는 ”여자 좋아하냐, 남자 좋아하냐”는 질문이 성적 지향을 아우팅(비자발적 커밍아웃) 할 수 있는 위험한 질문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실제로 민진웅이 남성을 좋아하는 남성이었다면 어땠을까. 박하선은 그와 너무 친하고 그가 이성애자임을 알았기에 농담이랍시고 한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성소수자가 저런 질문을 일상적으로 받으면서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소수자일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거짓말 또는 아우팅 중 하나를 강요하게끔 만드는 질문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 

편견과 차별을 담은 농담은 결코 농담일 수 없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이 아니다. 죽으라고 한 말에 웃어보려 애쓸 뿐이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