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회담이 길어지는 5가지 이유

2015-08-24     김병철
ⓒ연합뉴스

1. 출발점이 다르다

또한 북측은 지난 20일 포격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남측의 기본적인 입장은 "지뢰사건과 포격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치국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니 회담은 시작부터 쉽지 않다.

2. 준비 안 된 회담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된 건 최후통첩 시한을 몇 시간 앞둔 상태였다. '치킨게임'이 막판에 가서 겨우 대화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곧 전쟁을 벌일 것처럼 으르렁대다가 아무 준비 없이 급하게 만났으니 합의문이 그리 쉽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3. 강대강 국면

회담 성사 직전이지만 한미 연합공군도 22일 무력시위 비행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도발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무력시위"라며 "북한이 충분히 위협을 인식할 수 있는 경로로 비행했다"고 밝혔다.

목함지뢰도발이나 포격도발이 모두 북한 군부에 의해 행해진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선군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이 '확실한 시인'과 '군부라는 주체가 분명한 사과'를 하기 어렵고 우리로서도 '주체가 분명한 사과'없이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카드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노컷뉴스 8월24일)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남북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방을 굴복시켜야 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판문점 협상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이상한 모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4. 의제가 늘어났다

회담 정회 후 "최근에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지뢰사건, 포격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까지 의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북한은 지뢰·포격 도발 사건 외에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 8·15 경축사에서도 그와 관련된 제안을 했다.(조선일보 8월24일)

5. 권한이 없다

아래는 국정원에서 26년간 일하고 400여차례 남북한 당국자 회담에 관여한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과 조선일보의 인터뷰다.

"회담장에 앉은 남북 대표들은 '재량권(협상권)'을 갖고 있지 않다. 평양이나 서울에서 훈령(지침)을 받고 온다. 사소한 합의라도 상부 재가(裁可) 없이는 할 수 없다. 회담 장면은 CCTV로 중계된다. 이를 모니터하면서 그때그때 어떻게 하라고 지침을 주는 것이다."

"물론이다. 비공개 접촉이지만 청와대·국정원·통일부의 담당팀에서, 그리고 북한에서는 김정은과 당총정치국·통일전선부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런 경우 협상 대표는 미리 정해놓은 입장과는 다른 발언을 할 수가 없다. 사실 남북 상황이 꼬일수록 당국 간에 막후(幕後)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