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보증금 빼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 사장이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영정 사진 속 그는 평소처럼 앞치마 차림이었다.

2021-09-12     도혜민 기자
[자료사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의 폐업이 줄을 잇는 가운데 9일 대구 대표 번화가인 동성로에 자영업자 폐업 및 철거 지원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21.9.9 ⓒ뉴스1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간다.

서울에서 23년 동안 맥줏집을 운영한 57살 A씨는 지난 7일 살고 있던 원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1999년 맥줏집을 시작으로 식당, 일식 주점 등 4개 사업체를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던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경영 악화를 겪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단체 업소에 손님 2명만, 9시~10시까지 받으라고 하면 장사를 어떻게 하나”라며 ”탁상에 앉은 사람들은 계속 2주씩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미루는 결정만 하면 되겠지만 왜 희생은 자영업자만 해야 하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A씨 가게 매출은 하루 10만원 아래로 급격하게 줄었고, 지난해 말부터는 손님이 뚝 끊어질 정도였다고. 벼랑 끝에 내몰린 A씨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원룸 보증금을 뺐고, 모자란 돈은 지인들에게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숨지기 전 A씨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앞치마 차림이었다. 김수만씨는 ”마지막에 봤을 때는 많이 야위었던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파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 밥을 잘 못 먹은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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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