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테스트를 위해 실험실로 끌려간 투구게 10~30%가 목숨을 잃는다

지난해에는 투구게 개체 수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2021-07-22     도혜민 기자
투구게. ⓒPosnov via Getty Images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전 세계 제약 회사들은 코로나 백신을 재빠르게 내놨고, 각 국가들은 국민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사람들은 알까? 그 사이 투구게가 소리도 없이 목숨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투구게는 그 이름과 다르게 거미나 전갈에 가까운 특성을 가졌다고 한다. 눈이 10개나 달린 이 투구게는 몸속에 흐르는 파란 피 때문에 인간들로부터 수십 년째 피를 착취당하고 있다.

'business insider'가 제작한 투구게 관련 영상 캡처. 투구게가 파란 피를 쏟아내고 있다. ⓒbusiness insider

투구게의 파란 피는 외부에서 세포가 침입했을 때 혈액을 응고시키는 특징을 가지는데, 이 영향으로 나머지 부분을 독소로부터 보호하게 된다. 1970년대부터 의료진은 이러한 투구게의 혈구를 활용한 테스트를 개발했다. 백신 속 박테리아를 검사하는 용도다. 이후 해마다 수천마리의 투구게들이 피를 뽑힌다.

더 아틀란틱이 정리한 내용을 보면 바다에서 실험실로 끌려간 투구게들은 심장 주위의 조직이 뚫려 체내 30% 가량의 피를 빼앗긴다. 그리고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다시 바다로 버려진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출혈이 투구게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고 항변하지만, 실험실로 간 투구게 10~30%는 목숨을 잃는다.

어렵게 생명을 건진다고 하더라도 투구게 생태계는 망가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뉴햄프셔 대학교와 플리머스 주립대학교는 한꺼번에 발생하는 다량의 출혈은 투구게의 생식 본능을 꺼트릴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 투구게 주요 산란지인 델라웨어 만에서 124만 마리의 투구게가 산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그 수는 33만3500마리로 급감했다. 

진행조차 되지 않았다. 그 결과 회복돼 가던 투구게 산란 추세를 알 길이 꽉 막히고 말았다. 환경단체들은 투구게를 먹이로 하는 종들의 급감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