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인터뷰] 김풍, '절름발이 수컷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2015-08-16     박세회

1세대 웹툰 작가로 출발 '폐인 가족'으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남자, 해당 만화의 캐릭터 사업으로 수십억 매출의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던 남자, 한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극단에도 들어갔던 남자. 그리고 이제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준셰프'로 포지셔닝한 김풍을 만났다. 역시나 예상대로 김풍은 전혀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다.

김풍이 속한 프로덕션 와이랩의 카페에서.

요새 한창 대중의 호감을 끌고 있어요. 바쁘죠?

어제 방송에서는 시부스트 크림을 만들더군요. 자취 요리라더니 고급스러운 조리법도 잘 알고 해외 음식재료에 대한 이해도 바삭해요. 여행을 자주 다니나요?

검색의 노하우가 있나요?

'냉장고를 부탁해'로 수면 아래 있다가 한방에 스타가 됐어요. 어떻게 연줄이 닿았는지가 궁금해요.

오늘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당~

2015 8월 10 오전 9:55 PDT

자세히 보면 멀쩡한 미남.

역시 제 예상이 맞았군요. 전 김풍이 실은 천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요새는 강연도 다닌다면서요. 어떤 얘기를 해요?

그런데 요새 젊은이들의 상황이 김풍 씨의 20대와는 너무 달라서 조언하기 힘든 것도 있겠어요.

한 인터뷰에서 '찌질의 시대'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좀 하고 싶었다고 했더군요.

저도 스무 살 때를 생각해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창피해요. 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요새 흥행하는 영화 '베테랑'에서도 재벌 3세가 사과 한 번 하면 될 걸 안 해서 그 사달이 나는 거죠.

=그러니까요. 찌질의 시대에도 나오는 데, 한 남자애가 사과를 끝까지 안 하다가 결국 하면서 많은 걸 느껴요. 사과는 정말 중요한 거예요. 사과할 때 우리는 그 행위에서 자신이 굉장히 보잘것없이 작아지고, 자연스레 고개가 숙어지는 느낌을 느끼게 됩니다. 그 느낌을 느껴봐야 '이러면 안 되는구나'라고 체득하고 같은 잘못을 안 하게 되는 거거든요. 사과라는 게 자기 자신의 바닥을 보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찌질의 역사'는 제 고해성사 같은 거예요.

김풍은 '김풍상회'라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리고 소속 아티스트로 자신을 섭외했다.

주변에서 '김풍'하면 배려의 아이콘이라고 하더군요. 방송을 보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정말 잘 배려해요. 제 주변에 있는 김풍 씨의 지인들도 '처세'를 잘한다고 평하더군요.

솔직한 분석이긴 한데 대부분은 그냥 '착하다'고 남들이 말하는 걸 받아들이지 않나요?

전혀 허술하지 않네요.

마지막으로, 만화를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어떤 주제든지 단정적인 한 문장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건 불가능해요. 만화는, 길고 긴 스토리 안에 자신이 했던 생각과 사고의 흐름을 녹이죠. 칼럼니스트는 다르죠. 단정적이고 선동적인 분명한 의견을 개진해야 해요. 전 그렇게 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