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교육열 속의 기초학습 부진 아동

아이들은 향상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향상 될 수 있었다.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사회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거나 속도가 다른 아이들은 경쟁의 쳇바퀴에서 튕겨 나와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쳇바퀴에 다시 들어가지 않더라도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5-08-17     유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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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른 걸 아무리 잘해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히 기죽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엄마들은 또 아이들의 기를 살리려고 공부를 시킨다. 무조건 학생 시절에는 공부를 잘해야 자존감도 높아진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교육열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장애가 아니면서 기초학습이 안 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2010년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기초학력미달은 전체의 1.5% 정도 된다고 한다. 아주 미미한 수치로 보이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체감은 이보다는 더 높다고 한다. 기초학력미달 학생 수가 학교 평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감춰진 수치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처음 학습부진의 시작은 가정의 빈곤과 불안정한 상황 등으로 인한 방임, 아동의 어린 시절 질병, 트라우마, 잦은 이사 등을 들 수 있다. 그 다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의 교육열과 맞물려 간다.

고학년이 되면 기초학습부진을 탈피하여 제학년 수업을 따라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수업은 어려워지고 따라잡아야 할 학습량은 늘어났으며 아동에게는 학습에 대한 실패경험과 낮은 자존감만 남았기 때문이다.

기초학습 지도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저소득 가정 아동을 위한 학습지원사업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대기업도 재단들도 정부도 너도나도 저소득 가정 아동의 학습을 지원한다. 그렇게 넘쳐나는 학습지원 가운데 신기할 정도로 빈 곳이 있으니 바로 기초학습지도이다. 기초학습지도는 학년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아이가 읽고 쓰고 셈하기가 되지 않으면 무조건 그 내용을 배우는 것이다.

기초학습 지도사업을 한 지 3년이 된 시점에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평가해보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지방교육청에서 개발한 기초학력진단지를 가지고 사전 평가를 하고 1:1 기초학습교재로 10개월 정도 집중지도를 한 이후 사후 평가를 한 결과, 아이들은 국어가 평균 29.15점, 수학이 평균 29.50점(100점 만점)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저학년일수록, 그리고 남자아이일수록 점수 향상 폭이 높았으며 지도한 지 6개월 이후에서 1년 되는 시점에 가장 큰 향상 폭을 보였다. 저학년에 1:1 집중 지도로 최소 6개월 이상을 지도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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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사회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거나 속도가 다른 아이들은 경쟁의 쳇바퀴에서 튕겨 나와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쳇바퀴에 다시 들어가지 않더라도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