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을 이해하기 위하여

건국 이래 최초로 미 대사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한 김기종은 범행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최고위급 외교사절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데다가 미국이라는 나라가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무게를 감안하면 김기종에게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는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2015-03-18     이태경
ⓒ연합뉴스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가장 적확한 용어는 "민주상이용사"가 아닐까 싶다.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그리고 평화운동과 노둥운동 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망가지고 가정이 파괴됐다. 사지육신 멀쩡해 보이는 사람의 마음도 처참하게 부서졌다. 차라리 육체의 불구는 표가 나고 동정이나 받지 찢겨지고 망가진 마음은 온전히 당사자들의 몫이다. 게다가 운동을 함께 했던 사람들 가운데 이런 저런 방식으로 상징권력을 누리거나 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김기종처럼 상처만 가득 안은 사람들도 많다.

설사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결과로 얻은 불행과 불우라고 해도 사정이 그리 달라지진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불행과 불우에 한 번 정도 공감하고 동정하지만 그뿐이다. 불행과 불우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수긍받지 못한 사람이 취하는 길은 자신의 불행과 불우를 강조하고 정당성을 설파하는 것이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를 멀리하고 외면한다. 고립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보다 난폭하고 과격한 주장을 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안간힘 쓰지만 결과는 재앙에 가깝다. 그가 하는 주장의 과격함과 난폭함과 불합리성은 그를 더욱 깊은 고립과 단절의 늪으로 밀어넣는다. 결국 그는 극단으로 치닫고,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의 도움없이는 현실을 견디기 힘들다. "그"의 자리에 김기종을 대입해 보면 어떨까? 아마도 근친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