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소굴 '소라넷'의 더러운 진실...몸통을 잡아라

2015-08-14     박세회
ⓒ소라넷화면캡처

“너 그렇게 입고 나갔다가 또 찍혀.”

ㄱ씨는 5장의 사진 중 교복을 입은 채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을 한눈에 알아봤다. 머리 모양과 여름 교복, 체형, 그리고 매일 차던 빨간 시계, ㄱ씨가 확실했다.

ㄱ씨는 부모님께 알렸다. 엄마 손을 잡고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 갔다. 자기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 불법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에 올라왔다는 점, 그리고 그 사진을 다시 캡처해 카페에서 ‘몰카 경고’ 용도로 게시하고 있는 점을 신고했다. 사이버수사팀은 며칠 내로 추적 수사를 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사진 속 빨간 시계, 팔아버렸어요”

ㄱ씨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2차 피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점은 문제였지만 소라넷을 고발할 목적으로 글을 쓴 여성이 사과하거나 처벌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을 몰래 촬영하고 그 사진을 소라넷 사이트에 올린 사람은 찾지 못한 채, 엉뚱하게 쭉빵 회원에게 ‘유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서울지하철수사대의 경찰관이 스마트폰 등의 카메라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성추행범을 단속하기 위해 지하철 서울역에서 철도공사 서울역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불법 음란 사이트 ‘소라넷’ 이용자들은 사법 당국을 비웃듯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찍은 여성 사진을 당당하게 업로드한다.

기사 ‘일반인 불법 도촬 천국, 소라넷’(2015년 6월23일치)에 4년 전 발견한 ㄱ씨의 사진이 담긴 것이다. ㄱ씨는 해당 기사를 페이스북 ‘메갈리아’ 페이지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전파 속도나 영향력이 다음 카페보다 큰 페이스북이어서 수치스러움은 4년 전보다 더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와 기사를 쓴 기자에게 요청해 사진은 내려갔지만, 상처는 깊게 남았다.

해외에 서버 두고 법망 피해가며 17년째 운영

소라넷의 ‘훔쳐보기’ 게시판에는 하루 4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조회 수는 게시물당 평균 1만 회 내외다. 지하철·버스·길거리 같은 공공장소에서 찍힌 여자들의 전신 사진, 특정 신체 부위 사진이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적나라하게 찍을수록 ‘멋진 샷입니다’ ‘기술 배우고 싶습니다’ 같은 응원 댓글이 많이 달린다. 게시글을 자주 올리는 회원을 ‘작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신을 찍어 올리는 게시글의 경우 ㄱ씨가 그랬듯 본인과 지인들이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신체와 얼굴이 드러난다.

‘마누라 아침 준비 중’ ‘동생 거실에서’ 같은 제목의 글로 당사자 몰래 전신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윤리의 문제 이전에 법적으로 명확한 처벌 대상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보면, 카메라나 통신 매체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도메인 등을 바꿔가며 16년째 운영하고 있는 소라넷. 소라넷

자신의 아내, 누나, 동생과 같은 지인의 사진을 올리는 행위에 사람들이 댓글로 동조하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심지어 범죄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 교수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찍어 올리고 ‘어떠냐?’고 묻는 행태에는 과시욕이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몰카 사진을 올리는 이용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객체로 대한다. 이들에게 여성은 물건과 다름없다. 물건이니까 좋다고 생각하면서 자랑하고, 서로 평가한다.

‘소라넷’ 게시판 공격 나선 메갈리안

‘결혼 못하는 남자’ 갤러리는 7월5일 밤 12~1시에 소라넷 훔쳐보기 게시판을 ‘테러’했다. ‘회사 여직원 몰래…’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수십 명의 메갈리안들이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 내용은 몰카를 이용한 촬영이 범죄임을 알리는 법 조항, 빨간 고추 절단기 사진 등 ‘능욕스러운’ 것이었다. 소라넷 이용자들은 ‘무슨 일이냐’는 댓글을 달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보기 좋게 ‘낚인’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메갈리아 ‘몰카 총대’는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6월 중순부터 불법 몰카 근절 캠페인을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현재는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불법 몰카를 근절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구체적인 계획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소라넷 이용자들이 메갈리아의 행동에 주목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몰카 총대는 “소라넷이 언급된 이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갤러리에 분탕질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몰카 근절 글이 욕설, 비방 댓글로 도배돼 논의 진행을 방해받기도 했다.

불안·의심과 동거하는 ‘몰카’ 피해자들

자발적으로 불법 몰카 근절 캠페인에 참여한 ㄴ씨도 불법 몰카의 피해자다. 2013년 7월,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릴 채비를 할 때 맞은편 남자가 같이 일어나더니 바짝 뒤에 붙어 ㄴ씨의 다리를 대놓고 찍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소리가 났지만 앉아 있는 승객 중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고, 남자의 덩치가 ㄴ씨의 3배는 될 정도로 커 ㄴ씨 또한 아무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남자는 ㄴ씨를 따라 내려 계속 쫓아왔다. ㄴ씨는 지나가는 커플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피해를 입은 뒤 ㄴ씨는 ㄱ씨처럼 일상 속에서 불안·의심과 동거한다. 지하철에서 서 있을 때면 주위를 살핀다.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쥔 남성들을 주시한다. 옷에 대한 자기검열이 생겨 지난해까지 한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았다. 치마도 무릎까지 내려오는 것만 입고 다녔다. ㄱ씨가 아끼던 시계를 팔았듯, ㄴ씨도 그날 처음 입은 새 반바지를 옷장에 처박아두고 꺼내지 않는다.

방심위에 음란 콘텐츠 인터넷주소(URL)를 신고하면 방심위는 심의를 거쳐 도메인을 차단할 수 있다. 소라넷은 해외 사이트이기 때문에 삭제나 이용 해지를 요구할 수 없고 접속 차단만 가능하다. 문제는 방심위가 도메인을 차단해 국내 이용자의 접속을 막아도,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이용자가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노리고 소라넷 운영자는 도메인을 바꾸어, 바뀐 주소를 소라넷 트위터를 통해 알린다. 방심위가 2008년부터 현재까지 200여 차례에 걸쳐 접속을 차단했는데도 소라넷 사이트가 굳건한 이유다.

도메인 바꿔가며 ‘차단’ 피해가는 ‘몸통’

물론 소라넷 사이트가 사라진다고 해서 불법 음란 몰카를 찍는 사람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일베 사이트를 폐쇄한다고 해서 비윤리적 사고와 행동을 하는 일베 이용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거대 유통처가 되는 사이트가 존재하는 한 음란 몰카는 뿌리 뽑기 힘들다. 그동안 당국이 몸통을 잡는 데 과연 주력했고 유능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