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에게 과세하라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게 시민의 의무다. 누구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과세의 근간이 흔들린다. 과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종교인들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냉정하게 말해 종교의례를 주관하고, 말씀을 설파하는 일이 회사에서 각종 사무를 처리하는 일이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일과 달리 취급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2015-08-12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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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종교소득'을 법률로 규정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종교인 과세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소득이 많은 종교인에게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차등 경비율'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종교인 과세 방식은 종교인의 소득에서 일괄적으로 필요경비를 80% 빼고 나서 소득의 나머지 20%에만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종교인의 소득이 천차만별인데 과세 체계가 일률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소득이 높을수록 경비로 인정해 주는 부분을 줄이기로 했다.

또 소득에서 의무적으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을 바꾸어 종교단체가 1년에 한 차례 소득을 자진신고해 세금을 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국세청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되고서 47년 동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세법개정> 종교인 과세 재시동...'종교소득' 법률로 규정 - 연합뉴스 2015. 8. 6

납세자연맹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4대 보험료 외에 다른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고 세제개편안에 따른 종교인과 일반 직장인의 세금을 비교해 본 결과 소득이 똑같이 4천만원일 때 근로소득자는 85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내야하지만 종교인은 한푼도 내지 않고, 연봉 8천만원으로 비교하면 일반 직장인은 717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면 종교인은 고작 125만원의 종교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납세자연맹 "종교인 과세, 실효성·형평성 보강해야" - 연합뉴스 2015. 8. 6

누더기 법안이나마 종교인들이 반발하지 않고 수용하면 다행이련만 그게 그리 녹록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개신교의 태도가 문제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이미 소득세를 자진납부하고 있으며 불교계도 납세를 준비해왔다. 따라서 개신교 목사들만 소득세 납부에 동의하면 종교인 과세의 걸림돌이 없어지는 것이다.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지금이라도 구차한 변명이나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늘어놔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말고 기꺼이 세금을 내기 바란다. 그 동안 소득세를 내지 않고 누리기만 한 편익이 얼마나 큰가?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능력부터 갖추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