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억대 보이스피싱범이 법원과 검찰의 실수로 실형을 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도 잘못된 판결에 상고하지 않았다.

2020-11-29     이인혜
자료사진. ⓒAleutie via Getty Images

 

보이스피싱범 1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의 비상상고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29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2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상담원 역할을 하고, 피해자들에게 편취한 돈을 인출·송금하는 등 14명의 피해자에게 1억9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그해 12월 ㄱ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ㄱ씨와 검찰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형법 제62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한 경우에 한해 1년 이상∼5년 이하 동안 형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돼있다. 1심 재판부는 이보다 높은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음에도 집행유예로 ㄱ씨를 풀어주는 실수를 했고, 검찰도 잘못된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지난 8월 뒤늦게 이를 인지하고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상고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3년 6개월의 징역형은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며 “원판결 중 ㄱ씨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부분을 파기한다”고 선고했다. 다만 비상상고 사건의 경우 원심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경우에만 다시 판결하기 때문에, ㄱ씨에 대한 집행유예는 변동 없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