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방법

2015-08-04     허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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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회장은 지난달 20일 통신장비 생산업체 에이앤티에스(ANTS) 지분 전량을 사위인 데니스 구 에이앤티에스 대표이사와 구 대표의 숙부인 구자겸 엔브이에이치(NVH)코리아 회장에게 20억원에 매각했다. 에이앤티에스는 최신원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에스케이텔레시스 등 에스케이 계열사에 통신장비를 납품해왔다.

대기업 계열사 관련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은 지난해 2월 시행된 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2월부터 적용이 본격화했다.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회사 기준 30%(비상장 20%)를 초과하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웃돌거나 연 매출의 12%가 넘으면 관련 규제 대상인데, 에이앤티에스는 지난달 지분 매각 이전엔 적용 범위에 들었다. 최태원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최신원 회장이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했고 지난해 전체 매출액 940억원 가운데 96%인 900억원이 그룹 내부거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당 이득 여부 등을 살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에이앤티에스에 대한 실질적인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신원 회장이 재직중인 에스케이씨의 한 임원은 “사위인 데니스 구 대표가 지분 50%를 산 것은 (나머지 50%를 매입한) 구 대표 숙부의 요구 때문이다. 에이앤티에스는 에스케이텔레시스와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가 지분이 모두 빠질 경우) 매각 뒤 물량을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임원은 “내부거래 물량을 줄이면 매출이 줄어 고용불안의 문제가 생긴다. 제3자에 매각하려 해도 부채비율이 높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감 몰아주기의 실질적 행태는 바꾸지 않은 채 친족 분리나 합병으로 지분율 낮추기 등 회피만 하고 있어 규제 도입의 취지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에이앤티에스는 규제 범위 밖의 친족에게 매각해 규제를 피해간 것을 볼 때 친인척 범위를 줄이자는 재계의 주장과 반대로 범위를 오히려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