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 동의와 쾌락을 배우지 못했던 나의 경험담
성교육 시간에 섹스에 동의가 필요하다거나 쾌락이 따른다는 건 배우지 못했다.
포르노로 배운 섹스
200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는 소문과 과학책으로 성교육을 받았고, 나중에는 무료 포르노를 보면서 섹스를 배웠다.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을 받긴 했지만, 선생님들은 얼굴이 빨개진 채 바나나와 콘돔을 교실 앞에 서서 이리저리 흔들곤 했다. 이 수업에서 배운 것? ‘만약 임신하고 싶거나 알 수 없는 질병을 얻고 싶은 게 아니라면 섹스할 생각은 하지마’였다.
교실에서 섹스를 이야기할 때는 항상 남자와 여자가 친밀해지는 육체적 행위와 임신과 성병의 가능성이 전부였다. 섹스할 때 쾌락과 동의에 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페니스를 질에 삽입하는 내용 이외의 다른 내용은 없었다. 당연히 성소수자와 그들의 섹스는 아예 없는 취급 당했다.
누군가가 내 동의 없이 나를 만지려고 했을 때, 나는 그저 묵묵히 일어나 떠났다.
동의 없는 섹스
사실, 나는 항상 섹스는 남성이 여자들에게 무언가 ‘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기심이 많은 14살, 난 무료 포르노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포르노에서는 항상 여성에게 ‘널 먹을 거야, 넌 당할 거야’ 등의 말이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단 한 번도 내가 나의 성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자격이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내가 원하지 않는 누군가와 처음 키스했을 때를 기억한다. 당시 나는 16살이었고, 우리는 하우스 파티 중 화장실에 있었다. 그 후 나는 친구들에게 그 일을 알렸고, 우리는 그 일이 아마도 괜찮은 일일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냥 넘어가길 그 상대도 원했고, 우리는 그 순간을 그냥 지나쳤다.
내가 대학생이 됐을 때, 바에 줄 서 있는 동안 가끔 누군가 내 치마에 손을 넣으려 할 때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일어난 일’이었고 나는 그 일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친구 집에서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동의 없이 나를 만지려고 했을 때, 나는 그저 묵묵히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나는 똑똑하고, 독립적이며, 꽤 거리낌 없이 말하는 편이다. 나는 록산 게이(Roxane Gay) 작가의 책을 집어 들 만큼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
그러나 돌아보면, 날 동의 없이 만진 사람, ‘단지 그게 옳은 일 같아’ 만난 사람′ 등이 떠오른다. 그동안은 어렸을 때 들은 성교육 내용이 내 십대와 지금 성인인 내가 사람을 만나고 섹스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미처 몰랐다.
새로운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번 달부터 성교육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9월부터 모든 영국 중학교에서 성과 관계 교육을 의무화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대해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성장기에 안전한 섹스와 신체 변화에 대해 배우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들에게 무엇이 허용되고, 동의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건 그들이 나중에 성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엄청난 차이를 만들 거다.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에 나이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미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무료 포르노에 접근 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젊은 여성과 소녀들의 3분의 2가 버스정류장, 공원,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을 받거나 괴롭힘을 경험한다. 그들이 그건 용납될 수 없고 참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힘과 지식을 얻는 순간, 삶은 크게 변화한다.
만약 성교육의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받아야 할 동의와 존중 대신 세상의 이상한 태도 또한 변하지 않을 거다. 행동은 배우는 거다. 나와 친구들이 2020년에 하지 않기로 한 주요 일 중 하나는 어른으로서 더 이상 오르가즘을 속이지 않는 거다. 무료 포르노는 우리에게 섹스는 연기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건 진짜든 아니든 파트너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요구대로 따르라는 걸 의미한다.
아프리카 브룩(정신건강 코치), 한나 위튼(섹스 전문가), 리드 앰버, 플로렌스 바크(유튜버) 같은 사람들이 내 성적 기억을 떠올리는 게 지저분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가르쳐 주는 등 소셜미디어는 성적으로 긍정적인 안식처가 되고 있다.
성교육과 자아
내가 자라오면서 배운 성지식을 모두 지우고, 고통스러운 성 관련 기억을 떠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말 그대로 섹스를 재정의하는 방법과 내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 덕분에 내가 섹스와 성을 떠올리면 연관되는 부끄러움, 무서움, 당혹감은 거의 사라졌다. 나는 이를 통해 더 자랑스럽고 더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됐다.
그러나 항상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 만약 학교가 우리 아이들에게 동의하기, 섹스의 즐거움, 그리고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가르친다면, 실제 상황에서 그런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는 충격적인 경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나는 쾌락과 동의를 우선 배우는 게 자신감과 튼튼한 자아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 이 글의 저자 앨리스 브로스터는 프리랜서 기자다. 트위터 @alicebroster1에서 그를 팔로우 할 수 있다.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