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2001년 개인 자격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던, 이를테면 인류 최초의 우주 '여행객'인 미국의 데니스 티토는 200억원이 넘는 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이소연 박사를 비롯해 이후에 우주에 간 사람들도 대개 비슷한 비용을 지불했다. 이렇게 수백억원의 비용이 든다면 보통 사람들에게 우주여행은 그림의 떡조차도 못 된다. 이런 현실이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한 것은 싼 가격에 우주관광을 시켜주겠다는 회사들의 등장 덕택이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국내 신문기사에도 자주 이름을 드러내는 버진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단돈 25만달러, 즉 2억6천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약속하고 있다.

2015-08-02     원종우

예전의 우주탐사는 마치 전쟁 같았다. 50, 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만 로켓 기술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 누가 먼저 우주로 나가느냐, 누가 먼저 우주로 사람을 보내느냐, 그리고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딛느냐 등에 엄청난 돈과 인력을 투자하며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계속된 냉전적 정치 상황도 이런 경쟁심에 기름을 부었고, 또 로켓 발사체 기술이 기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군사력 경쟁의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고 나자 경쟁은 시들해졌고 우주탐사의 속도도 느려졌다. 이미 상징적인 목표를 달성한 가운데 너무 큰 비용이 드는 국책사업으로서 우주탐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한편으로는 경쟁의 동력이던 냉전도 수그러들고 만다. 그래서 이후에도 많은 무인탐사선이 여러 행성에 도달했고 스페이스 셔틀(우주왕복선)이 많은 임무를 수행했지만, 1972년의 아폴로 17호 이후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인류는 지구궤도를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오랜 답보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수익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X)'의 2단형 액체로켓 '팰컨9'이 지난해 9월8일 미국 플로리다 공군기지에서 통신위성 '아시아샛6'를 싣고 발사되는 장면. 팰컨9은 내년 4분기 한국의 방송통신위성 '무궁화위성 5A호'를 싣고 발사될 계획이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돛 올린 민간 우주산업

그렇게 해서 처음 민간이 간여한 분야는 돈이 많이 들고 부담스러운 로켓 발사체가 아니라 로켓에 탑재해 궤도상에 쏘아 올리는 위성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었는데, 이것은 놀랍게도 우주탐사의 극초기인 1962년부터 이미 시작됐다. 그러다가 로켓 발사체 쪽으로 영역이 확장된 것은 관련 법규 등이 정비된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다.

또 한 분야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람과 물건을 나르는 일이다. 이것 역시 새롭게 개척하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궤도상에 존재하는 우주정거장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수요가 있다. 특히 2011년에 나사의 스페이스 셔틀이 퇴역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후 전개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해 10월 세번째 임무를 위해 발사되던 오비탈 사이언스의 안타레스 로켓은 그만 발사 6초 만에 폭발해버렸고, 이어 올해 6월에는 역시 물자 보급을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던 스페이스엑스의 팰컨 로켓이 발사 2분20초 만에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일들로 민간 로켓들의 안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국제우주정거장이라는 안정적인 고객이 있고 사업 추진의 필요성도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전해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초 우주여행, 200억원 들다

2001년 4월30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승선한 세계 최초의 우주관광객 데니스 티토(왼쪽). AP 연합뉴스

이런 현실이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한 것은 싼 가격에 우주관광을 시켜주겠다는 회사들의 등장 덕택이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국내 신문기사에도 자주 이름을 드러내는 버진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단돈 25만달러, 즉 2억6천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약속하고 있다. 또 버진 갤럭틱보다는 덜 알려진 '엑스코어 에어로스페이스'사는 이보다도 훨씬 저렴한 9만5천달러의 우주여행 티켓을 예매하고 있으며,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역시 '블루 오리진'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상업 우주여행을 준비 중이다. 물론 이런 금액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백억원에 비한다면 훨씬 현실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기존의 100분의 1 정도의 비용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걸까? 여기에는 알고 보면 조금 실망스러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험비행을 실시하던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십2'는 지난해 10월 모하비 사막에 추락하여 조종사 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리고 경쟁자인 엑스코어 에어로스페이스의 '링스'나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는 아직 시험비행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저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의 우주여행도 기대만큼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이고, 카르만선을 넘어 지구궤도에 안착하거나 혹은 달이나 화성 같은 천체로의 관광여행이 일반인에게 보급되는 것은 어쩌면 금세기 안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주광업은 노다지일까

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우습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들에 의해 2010년 설립된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허블 같은 우주망원경을 띄워 채굴 후보가 될 소행성을 탐색할 계획을 갖고 있고, 또 다른 업체인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스'는 올해 안으로 채굴에 적합한 소행성을 찾아 내년에는 직접 샘플을 가져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렇듯 소행성 중에는 비싼 광물을 잔뜩 머금은 채 지구에 제법 가깝게 접근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를 한다면 우주관광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성과를 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당장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분야지만,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 언젠가는 거대한 이익으로 돌아오리라는 기대가 가능하다고나 할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