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액티브X'를 두드리지 마오

액티브X를 향한 정부의 구애는 포만감도 모르나보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마침내 웹브라우저와 한 몸처럼 '플러그인' 돼버렸다. 애달픈 정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인의 옷자락을 붙들고 외친다. "액티브X 좀 더 쓰게 해주세요, 제발." 이런 한국 정부를 매정하게 걷어찬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 '윈도10' 심장엔 이름마저 폼나는 '엣지'란 웹브라우저가 들어섰다. 이 엣지에 액티브X 따윈 안중에도 없다. MS는 '정부' 대신 웹표준이란 '본처'에게 돌아갔다. 구글도 매한가지다. 구글은 9월부터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NPAPI'를 아예 막아버릴 심산이다.

2015-08-02     이희욱
ⓒgettyimagesbank

액티브X를 향한 정부의 구애는 포만감도 모르나보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마침내 웹브라우저와 한 몸처럼 '플러그인' 돼버렸다. 애달픈 정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인의 옷자락을 붙들고 외친다. "액티브X 좀 더 쓰게 해주세요, 제발."

액티브엑스 폐지 서명운동(NoActiveX) 제공

크롬이 막상 NPAPI를 버리니 당장 정부가 대략 난감하게 됐다. 주로 금융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들은 이 녀석의 도움으로 보급해왔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 금융 서비스가 식물인간 될 판이다. 다른 기술로 바꾸자니 시간도 준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애가 탄 정부는 지난 6월30일 '대응방안 세미나'까지 열어가며 구글에 읍소를 섞은 협박에 나섰다. "NPAPI 지원을 연장해달라"고. 한국 정부를 위해 구글이 글로벌 정책을 순순히 바꿀까. 순진하거나, 안일하거나.

액티브X가 MS IE를 위한 기술이라면, NPAPI는 IE가 아닌 웹브라우저를 위한 플러그인이다. NPAPI도 액티브X처럼 나온 지 20년은 족히 된 낡은 기술이다. 군더더기 프로그램을 덕지덕지 붙여야 한다는 점도 똑같다. 그 과정에서 보안 구멍도 숭숭 뚫린다. 구글은 이미 크롬에서 NPAPI를 막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는 9월부터는 아예 NPAPI 지원을 중단한다. 구글은 이미 2년 전부터 이 사실을 공지했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