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이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이 쏜 7발의 총을 맞았다

시민들의 항의 시위에 위스콘신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2020-08-25     이소윤
제이컵 블레이크(왼쪽)과 그의 아들들 ⓒTwitter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블레이크가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운전석에 계속 들어가려 하자 경찰은 들고 있던 총으로 그를 7차례 쏜다. 당시 블레이크의 3살, 5살, 8살된 아들이 차량 뒷자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이크의 변호인인 벤자민 크럼프는 “블레이크는 주민 간 갈등 해소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경찰이 무기를 꺼내 그에게 테이저건을 쐈다”며 “그가 아이들이 괜찮은지 보려고 차량으로 갔을 때, 경찰은 그의 등 바로 뒤에서 총을 수차례 쐈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현재 밀워키의 병원으로 보내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위스콘신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사건 현장에 모여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시위 도중 차량이 불에 타기도 했다.

한 시위자가 8월 24일 월요일 늦게 와이즈주 케노샤에 있는 케노샤 카운티 법원 밖에서 불타고 있는 쓰레기 트럭 근처에 서 있다.  ⓒASSOCIATED PRESS
경찰은 2020년 8월 24일 월요일 케노샤 카운티 법원 밖에서 시위자들을 진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시위대는 하루 전 제이콥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의 총격으로 이틀 밤 동안 카운티 법원에 모여들었다. ⓒASSOCIATED PRESS

시위가 격렬해지자, 주 당국은 24일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시 전체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해산에 나섰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사건이 발생한 커노샤의 기간 시설과 소방서 등 보호를 위해 주 방위군 200여명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에버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위스콘신 지역 흑인 시민들을 향해 즉각적으로 무력 대응하거나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5월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짓눌린 채 사망한 뒤 경찰의 폭력 행위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1월3일 대선에서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인종차별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사건도 대선 구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위스콘신주는 대표적인 경합주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0년 8월 23일 위스콘신 케노샤에서 제이콥 블레이크 경찰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6번가와 켄터키주 루이빌 브로드웨이 모퉁이에서 시위하는 시위자들. ⓒChris Tuite/ImageSPACE/MediaPunch/MediaPunch/IPx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이 나라는 또 다른 흑인이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가 됐다는 분노와 슬픔 속에 아침을 맞았다”며 “즉각적이고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며 총을 쏜 경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에버스 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블레이크가 미국이나 우리 주에서 법 집행 요원의 총에 맞은 첫 번째 흑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인종차별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